영화관에 들어서면 한동안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암흑에 휩싸인다. 그 와중에서 계단을 헛디디고 옆사람과 부딪치기도 하는 등 혼돈의 순간을 경험할 수 밖에 없다. 시간이 어느정도 흐르면 좌우가 분간이 되고 「금연」같은 안내판도 눈에 들어오면서 영화에 본격적으로 몰입이 가능해진다.
다소 비약적인 비유일지 몰라도 영화관에서 겪는 암흑으로부터 밝음으로 향하는 단계를 우리 신앙생활에 견줄 수 있지 않을까. 어떤 계기에서건 신앙에 발을 내디뎠을 때의 정신적 공황과 불안, 설레임 등은 영화관 문을 밀고 들어섰을 즈음과 흡사하다.
교리공부며 교회 분위기에 점차 익숙해지면서 영세를 받고 여러 교형자매들과 사귀게 될 무렵에는 광고, 예고편, 문화영화 등이 끝나고 본 영화가 시작될 때의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 영화내용을 쉽게 이해하고 재미를 붙여서 거기에 빠져들 수도 있고 초반부터 무슨 내용인지 잘 이해못하여 꾸벅꾸벅 조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 사이사이에 관심을 끄는 대사나 장면이 있으므로 다시 스크린에 눈길을 돌리기도 한다.
영화가 재미없다고 생각한 나머지 입장료가 아까운 사람, 너무 감동적이서서 다음회에 한번 더 보거나 이웃에게 관람을 권해야겠다고 마음먹는 사람, 별 생각없이 화면에 시선을 던지며 이따금 물색없이 웃는 사람 등 영화 관람객들의 모습이 가지각색이듯 신앙생활에 역시 그러할지 모른다.
어둠속에서도 재미있게 빠져들면 주위가 대낮같이 밝아지고 자신이 작품의 주인공이 된듯한 느낌속에서 문득 행복해질 수 있다. 영화가 끝나고 밖으로 나오면 어느덧 폭풍우는 그치고 밝은 햇살이 감싸올 때 영화보기를 참 잘했다고 즐거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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