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이 국제연합 아동기금(유니세프)에 내년부터 기부를 중지한다는 충격적인 선언을 발표했다. 이 선언은 11월4일 유엔주재 교황청 대표부에서 나왔는데 그 이유는 유니세프가 기금일부를 피임이나 낙태 등 반생명활동에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날 배포된 자료를 보면 교황청이 연례적으로 유니세프에 기부를 해온 것은 유니세프의 활동이나 정책이 가톨릭교회의 사회, 윤리적 가르침과 모순되지 않고 또한 가톨릭교회가 어린이들을 돕는 단체들과 함께 일하려는 희망을 표현해온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수년전부터 유니세프가 낙태나 낙태관련 활동에 관여해왔고 이를 교황청이 수차례 경고했으나 시정치 않아 부득이 가시적인 행동을 보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교황청의 설명이었다.
자료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유니세프는 첫째 기부자들이 도덕적으로 물의가 없는 어린이 관련활동에 사용토록 지정한 기금의 사용처를 밝히지 못하고 있고, 둘째 유니세프 각국 종사자들이 피임약의 보급과 상담역을 맡고 있고, 셋째 유니세프가 낙태관련 국가 법률의 개정옹호에 관여하고 있으며, 마지막으로 긴급구호를 받는 난민 여성들에게 낙태약을 보급하는 일을 옹호하는 「국제연합 메뉴얼」지 발행에 참여하고 있다는 내용 등이다.
교황청은 유니세프에 전격적인 지원중단을 단행한 배경을 설명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어린이들의 진정한 선익을 위한 활동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유니세프와 계속 대화할 것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황청이 유니세프에 매년 지원하는 기부금은 액수로서는 그다지 큰 것이 못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은 어디까지나 상징적인 의미가 더욱 큰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기부금 액수로만 따진다면 유니세프는 교황청의 요구를 계속 묵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파급효과가 얼마나 클 것인지에 대해서는 결코 가볍게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교황청의 결정은 전 세계 인구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10억이 넘는 가톨릭신자들이 추종하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낙태를 거부하는 비가톨릭인들도 그 숫자가 엄청나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유니세프가 하루속히 교황청이 제시한 기준을 준수하고 본래 모습으로 되돌아오기를 촉구한다. 이 기회에 우리 한국 가톨릭교회도 교황청의 유니세프지원 중단사유를 명확히 인식하고 인공피임이나 낙태 등 반생명활동 지원에는 결코 동참할 수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해두어야 하겠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