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두팔로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젤라는 곧잘 팔을 풀도록 충고한다. 팔짱낀 모습은 폐쇄적이고 거만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팔짱을 끼다가도 스스로 화들짝 놀라 풀어 버리곤 한다. 하물며 미사중에 팔짱끼고 다리꼬는 모습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프랑스 체류 중에는 주로 한인성당이나 동네 프랑스 성당에 다녔다. 그 당시 한인교회는 파리 시내 동부 고급주택가에 자리잡은 현지 성당의 소강당 하나를 주일 오후 잠시 빌려쓰고 있는 형편이어서 복잡한 파리 남부 순환도로를 통과하여 시간을 맞추기가 수월치 않아 절반 정도는 동네성당미사에 참례했다.
고색창연한 성당 건물과 규모에 맞지않게 백명도 채 되지않는 신자중에 흑인, 동양인 그리고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들 중 상당수가 미사 중 줄곧 두 팔을 끼거나 다리를 포개고 앉아 있었다. 주님께 드리는 제사에서 그러한 모습이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으나 다른 성당에 가도 여기저기 눈에 띄었다. 칠순이 넘으신 백발의 프랑스 신부님께서는 손수 불을 켜고 미사집전과 성가대 지휘며 여러가지 일을 혼자 하셨지만 표정과 분위기는 더없이 밝고 평화스러워보였다.
가톨릭의 맏딸이라는 프랑스, 전 국민의 90%이상이 천주교도임에도 활동하는 신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프랑스 역사와 문화가 곧바로 가톨릭전통으로 이어지는 맥락속에서도 신자수 감소, 성소쇠퇴, 교회활동 저조 등 빛과 그림자가 비껴가는 듯 했다. 미사에 나와 두 팔을 깍지끼고 무표정하게 앉아있다가 5프랑이나 10프랑짜리 동전을 소리나게 헌금쟁반에 던지곤 하던 어느 청년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비록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고 있지는 않아도, 먼 산을 바라보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 마음의 빗장을 꼭꼭 걸어두지는 않았는지, 눈과 입으로만 웃으며 속얼굴은 싸늘하게 굳어있지는 않았는지 문득 돌이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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