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뿐만 아니라 신자들 사이에서마저도「Catholic」의 한글 표기에 대해 상당한 혼란을 겪고 있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보면, 더군다나 소위 식자(識者)층 일부에서는「카톨릭」이 한글 맞춤법상 올바른 표기라고 주장하고 있기에, 교회가「가톨릭」으로 표기하고자 함이 결코 비문법적이거나 불합리한 것이 아님을, 그리고 교회의 배타성을 드러내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혀야만 하겠다.
우선,「외래어」란 외국어에서 유래한 말이지만 언중(言衆)사이에 익히 쓰여 국어화한 말을 가르키는 것으로, 문교부(현 교육부)심의 위원회에서 1958년에「로마자의 한글화 표기법」을 제정, 공포한 이후, 여러 모순점과 미비점이 드러나게 되어, 학술원과 국어 연구소에서 최종 심의한 결과 이루어진 것이 1986년 1월부터 문교부 고시로 시행되고 있는「외래어 표기법」이다.
이「외래어 표기법」제2장「표기 일람표」에서는 국제 음성 기호가 /K/로 나타날 경우, 모음 앞에서는「ㅋ」으로, 자음 앞이나 어말 앞에서는「ㄱ, 크」로 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Catholic」을 한글로 표기 할 경우, 그 첫 음절 음성기호가 /K/로 시작하기에「카톨릭」으로 표기해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한 것처럼 여겨진다.
하지만「외래어 표기법」제1장「표기의 기본 원칙」5항에서『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는 바, 이는 이미 우리의 말과 글 안에서 표현과 표기가 굳어져 그것을 고칠 경우 오히려 언어생활에 혼란을 야기시킬 우려가 있다고 생각되는 것에 대해 관용을 존중하는 것이고, 더불어 외래어는 각 단어마다 극히 개별적인 양상, 즉 해당 외래어의 기원과 그 단어의 수입 경로, 사용되는 분야에 따라 그 특수성이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존중하자는 취지로 규정된 원칙인 것이다.
결국 이러한 표기의 원칙은 외국어에서 유래한 말들이 국어화되는 정도가 각각 다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에 당연한 귀결이 아닐 수 없으며, 아울러 하나의 규칙만을 내세워 일관성을 기하고자 하는 기계주의적 사고방식을「외래어ㆍ표기법」에서는 지양하고, 국민 정서와 특수 분야에 대한 배려를 적절히 해 주고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겠다.
따라서 한국 천주교회 내에서 「Catholic」의 한글 표기를 이미「가톨릭」으로 공공연히 사용해 오고 있으며, 또한 표기의 일관성과 명확성을 기하기 위해「가톨릭」으로 표기할 것임을 명백히 하고 있는 바,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없는 것이다.
만일 그렇게「표기 일람표」만 고집하면서 원리 원칙만 따진다면「그리스도」역시「크리스도」로 고쳐야 할 것이 아니던가.
차제에 교육부와 각 출판사 등에서는 이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각급 학교 교과서나 각종 서적에서의 올바른 표기를 통해 더 이상 혼란을 가중시키지 말기를 기대해 본다. 특히 이 문제에 대해서는 신자들의 모범이 절실히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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