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인사의 프로필이 신문지상에 실리고 더러 「독실한 천주교 신자」라는 소개가 포함되기도 한다. 우선 천주교 신자가 나라와 사회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게 되었으니 일면식이 없는 분이라 하더라도 기분이 좋아진다. 그러다가 「독실한」이라는 형용사는 어떠한 기준으로 붙이게 되었는지 궁금해진다. 교구청이나 본당 신부님께서 인정한 것인지, 평신도 사이에서 너나없이 의견일치를 본 것인지 혹은 본인 생각일 따름인지 행여나 비서진이 언론에 배포한 홍보자료에 의미없이 덧붙여진 수식어에 불과한 것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마 천주교 신자임을 본인이 밝히면 으레 「독실한」이라는 표현이 뒤따르는지도 모른다. 주위에서 공인하건 스스로의 판단이건 독실한 신자가 될 수 있을까 영세이후 지금껏 궁리중이다. 미사참례, 단체활동, 기도, 공부와 더불어 무엇보다도 신심이 두터워져야 할 터인데 아직 더없이 부진한 형편이다. 심심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절대자에 온전히 의지함이 관건인데 요즈음 같은 물질사회,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간단없이 수많은 유혹과 위협에 직면해 있지 않은가.
가톨릭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유럽인들이 그토록 합리적이고 비판적이면서도 2천년동안 생활신앙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거기에는 우리를 끌어당기는 매력과 경이로움 그리고 은혜가 함께한다. 교회역사를 봐도 그렇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순교와 수난, 놀랍고도 신비하고 가슴 저미는 기적과 예언에서 참으로 독실했던 선조들의 자취를 더듬는다. 뒤돌아보면 주저하거나 회의에 빠질 시간이 없으므로 열심히 믿으며 신앙의 품질을 높이다 보면 언젠가는 독실해 질 수 있으리라는 즐거운 기대를 새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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