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보호법을 제정해 달라는 청원서가 김수환 추기경에 의해 지난달 25일 국회를 비롯한 관계요로에 제출됐다. 김추기경이 제출한 청원서에는 금년 5월 20일부터 9월 15일까지 전국 몇몇 교구에서 외국인 보호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에 동참한 5만 8천 9백 15명의 서명이 함께 제출됐다고 한다.
이번 김추기경의 청원서 제출 이전 이미 서울대교구 사회사목부와 노동사목 위원회 그리고 정의평화 위원회가 8월 10일 정부에 외국인 노동자 보호법을 제정해주도록 요청한바 있다. 따라서 김추기경의 이번 청원서 제출은 우리 교회입장을 대표하는 공적이고 강력한 법 제정의 촉구로 볼 수 있다.
그럼 우리 교회는 왜 외국인 노동자 보호법의 제정을 이처럼 강하게 요청하고 있는가? 그 이유는 두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인간의 천부적인 권리 즉 인권은 국가와 종족, 빈부와 신분의 귀천 등 어떠한 조건하에서도 동등하다는 교리적인 측면이고 또 다른 하나는 우리나라의 외국인 노동자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심각한 문제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법적지위가 보장돼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 점을 악용해 체류기한이 경과한 외국인들을 고용, 불법 체류자라는 올가미를 씌어놓고 온갖 횡폐를 자행해온 악덕 기업주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이다. 한 예로 대검찰청 형사부가 중국 조선족으로 우리나라에 취업해 일하다가 피해를 입었다고 신청한 1만 4백여건 중 우선 본인이 직접 고소장을 낸 6백 4건에 대해 전국 소재지별로 수사에 착수하도록 지난 1일 지침을 내린 것을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중국 동포들이 이 정도의 피해를 입었다면 다른 나라 노동자들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듯 하다. 이 같은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착취와 사기 및 비인간적 혹행들은 국제적으로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될 것이다.
그런데 지난 1일 서울 장충단공원에서는 종교인 및 민간단체들이 주선한 「재중국인 동포 및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하는 시민 한마당-손에 손잡고」행사가 열렸는데 여기에는 각국 근로자 2천여명이 참가했다고 한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로해 주는 이런 행사도 물론 필요하고 중요하다. 문제는 이런 위로잔치가 외국인 노동자들도 자국 노동자와 동등한 인간적, 법적, 사회적 대우와 인정을 받는 법의 제정없이는 한낱 사탕발림에 불과할 뿐이라는 사실이다. 외국인 노동자 보호법의 조속한 제정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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