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2월10일이면 전세계는「인권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그것은 1948년 12월 10일에 유엔이 인권선언을 한 날이기 때문이다. 한국천주교회도 지난 82년부터 이날의 바로 전 일요일을 「인권주일」로 제정해 인권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고 있다. 올해는 오늘 12월8일 대림 제2주일이 바로 그 날이다.
인권에 대한 자각은 인류 역사에서 매우 독특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인권에 대한 발견이 주로 노예상태나 박해 또는 억압의 상태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매우 역설적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인권은 결코 처음부터 주어진, 어떤 천부적인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인권은 시대가 흐름에 따라 꼴을 갖추게 되었으며 인간이 그 권리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만 주어지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
가톨릭교회는 평신도, 신학자, 사목자, 선교자, 성직자들을 통하여 인간이 그 권리를 획득하는 길고도 험한 과정에 참여해 왔다. 교회의 사명에는 『인간이 그 품위와 기본권들을 보호하고 촉구하는 일도 포함되어 있다』(1971년 세계 주교시노드 문헌). 따라서 가톨릭교회는 선의의 모든 사람들이나 기구들과 함께 인간의 기본적인 자유와 권리들을 추구하는데 적극적으로 힘을 합해왔다.
바로 이같은 맥락속에서 한국교회가 14년전 막강한 공권력 앞에 수많은 인권이 턱없이 짓밟히고 있던 시대에 인권주일을 제정해 인간의 존엄성과 인권에 대한 교회의 자각과 각성을 촉구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었다. 오히려 때늦은 감이 적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로부터 만 14년, 햇수로는 15년을 넘기며 우리 교회는 다시 인권주일을 맞았다. 소위 문민시대를 살고 있는 한국교회의 신앙인들은 인권주일 제정 당시와는 또 다른 국면의 인권시장 노력을 요구받고 있다. 그것은 주교회의 정의평화 위원회 위원장 박석희 주교가 발표한 「새로운 세상은 정의회복을 요구한다」는 제하의 제15회 인권주일 담화문속에 드러나 있다.
박주교는 담화문을 통해 『최근 일부 공직자들의 부정과 비리는 국민의 분노와 허탈을 자아내고 있다』고 개탄하고 『권력형 비리의 관련자들 속에 신앙인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은 우리 자신도 이 세상의 불의와 악에 오염되고 연루되어 있다는 뼈아픈 사실을 말해준다』며 신앙인들의 자기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인간의 가치는 무엇을 가졌느냐에 있지 않고 어떤 인간이냐에 있다』(사목헌장 35항)는 가르침을 상기시키며 신자들에게 복음적인 삶의 의미를 증거해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자유의 증진과 인권의 확립을 위하여 신자들이 몸과 마음을 다 바쳐 헌신해야 하는 것은 그리스도의 명령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간은 한없이 인간 이상의 존재』라는 사실을 알고 또 믿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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