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대구 큰고개본당 주임 김규태 신부의 모친 황말다 할머니가 80세로 지난 11월11일 선종하기 전 90~93년 사이에 기록한 일기의 한 부분이다. 고령의 한 시골 할머니가 일기를 적었다는 사실이 놀랍고 그 일기속에 기도하고 일하며 자식들 걱정하면서 일생을 산 신앙인의 체취가 강하게 묻어나고 있다.
⊙ 80세를 살고 보니
내가 왜 이렇게 오래 살까? 이제는 하루라도 얼른 죽어야지 싶은 생각이 많이 나는군. 내가 오래 살아 뭣할까? 하루라도 죽기를 원한다.
안동교구 생긴 25주년 경축에 가서 미사드리고, 점심식사하고 풍물 놀이도 하고 추기경, 주교, 신부들과 같이 춤도 추고 뛰고 잘 놀았지. 구경도 잘하고 차도 많이 타고 집에 왔지. 모심기도 다 잘하고 밭매기도 잘하고 요사이는 놀고 잘 지내지.
⊙ 엄마가 태어나 3일에 보례를 받고 열살에 견진성사를 받고
12살 그 뒤로 매괴회, 예수 성심회, 성모성심회 들었지. 13살때 성당에서 대축일이 다가오면 풍금을 치기 시작했지. 매 주일 미사 때, 강복 첨례 때 풍금을 치기로 했지. 15세때 소학 졸업을 마치고 17세때 물미로 시집을 왔지. 물미성당에서 3년을 사대 첨례와 주일미사 강복 첨례 때 풍금을 쳤습니다. 그 뒤로 신부가 가고 성당이 텅 비고 말았지. 엄마가 시집 와서 정신부(정요셉)때 20살때 성당에서 (레지오를 여러 해 하고?) 성모회도 하고 하갈, 개짓마, 물미 3동네 교우가 모여서 성모회를 열심히 했습니다. 그 중에 글을 몰라서 엄마가 앞서서 명색이 회장이라고 했지 날이 가면서 모든 회가 더 없어져 버렸지.
육이오 사변후로 김아오스딩(준필)신부가 있었고 신부가 또 다시 성모회를 하라고 했습니다. 30명이 또 시작했습니다.
성모회원이 한사람도 없이 죽고 말았지. 다 죽고 타관으로 나가고 해서 또 성모회가 헤어지고 말았습니다. 또 다시 안나회를 시작했습니다. 16명이 하다가 다 죽고 오명이 남아서 이제 큰일났습니다. 이제는 나이도 많고 5명이 남아서 못하고 내 나이가 80세가 되다보니 글 한자 아는 사람이 없어 끝까지 회장이라고 해 나왔습니다. 또 다시 함창성당에 가서 안나회에 가입했습니다. 함창본당 회원이 되었습니다. (엄마)우리 공소에서 안동 후원회 하라고 해서 또 회에 들었다.
⊙ 기도 아침기도 저녁기도
평생을 기도로 살았습니다.
15기도, 9일 기도, 7일 기도, 봉헌의 기도, 레지오 기도, 평화를 구하는 기도, 진복팔단 기도, 특별회원을 위한 기도문, 부모를 위한 기도, 선종을 위한 기도, 사제를 위한 기도, 죽은 교황ㆍ주교ㆍ신부ㆍ수녀ㆍ형제ㆍ부모ㆍ친척ㆍ교우ㆍ연옥에 있는 모든 교우를 위해 기도드립니다. 그 외에도 무진장….
⊙ 주님의 은총으로 도움
신부(아들) 일생에 다인(첫 본당) 가서 고생. 수술할 때 고생. 엄마는 하루도 잊지 못해 걱정.
성태(둘째아들ㆍ영호신부 아버지)는 군에 갔다 와서 디스토마 걸려가지고 부산 가서 수술할 때 엄마가 걱정했고.
요한(셋째)이는 공부하다가 공부 못한 것이 얼마나 속이 아팠고, 또는 장가를 잘못 가서 교도소 생활할 때 속이 아팠고
금구(넷째)는 피난갈 때 고생을 말도 못했고, 죽을기 살았고
숙자(큰딸)는 곱게 키워서 외교인한테 시집 보냈지. 엄마 가슴에 한이 맺히고 오늘까지 불쌍하고 도와주도 못하고 남의 자식같이 내버렸지
숙희(막내딸ㆍ수녀)는 공부하는데 부모라고 하면서 학비 한푼 못도와주고 오빠 밑에 눈치 받아가면서 공부 마치고 돈 벌어 집에 좋은 일 하고 엄마 속이 아프다. 영신으로는 한없이 좋으나 세속으로는 한없이 불쌍해. 눈물이 비오듯해 불쌍한 인생
……(하략)
이래가지고 사는 것을 볼때 주님의 은총으로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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