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절차, 「성교예규」에 제시… 교육 절실
제사, 조상에 대한 효ㆍ공경의 표현
■ 탈상
탈상(脫喪)이란 해상(解喪)이라고도 하여 어버이의 3년상을 마치는 것을 말하며, 이는 유교에서의 효를 인간의 근본으로 삼은 데서 나온 것이다. 즉 부모가 돌아가심은 자식의 불효에 기인한다 하여 불효한 잘못에 대한 속죄와 부모를 여윈 슬픔을 참을 수 없어 3년이란 긴 세월을 생업(生業)도 전폐하고 죄인으로 지내고 3년째에 대상(大詳)을 지내고 상복을 벗어 정상생활로 돌아와야 하는 엄격한 제도이다. 이러한 폐습을 수정하여 국민의례준칙은 1백일 탈상을 권장해 왔다. 불교에서는 49제로써 탈상한다. 현재는 3년 탈상 역시 제대로 지내는 사람은 극히 드물고, 다만 형식만 갖추는 집안이 있을 뿐이다.
그러면 그리스도교적으로는 언제 탈상하는 것이 신학적으로 맞을까? 두 가지를 들 수 있으니 그 하나는 아론이 죽은 뒤(민수기 20, 29)와 모세가 죽은 뒤(신명기 34, 8) 30일 동안 곡하는 기간을 마쳤다는 구약시대의 지도자들의 성서 적 상기(喪期)와 (이 부분은 탈상일자와는 무관하지만 성교예규 1백82쪽에 사망 후 30일에 특별히 기도함이 좋다고 제시함), 다른 하나는 오순절을 들 수 있다. 이는『예수 그리스도 시대에 유다인들이 출애굽의 빠스카 사건의 종결을 오순절에 기념했던 것과 같다. 히브리말에서 오순절이란「쉰번째 날」로써「Asseret」이라고 하는데 이것은「종결」 「끝」이라는 뜻을 지닌다. 신약의 오순절의 성령강림은 그리스도의 새로운 빠스카의 완성이며 재창조의 시작이기에 같은 의미로 해석된다』고「한국 천주교회 상례 토착화의 현실과 전망」주제하의 세미나(사목1992년9월호, 93쪽)에서 밝힌 바 있다. 전자는 이스라엘 민족의 풍습일 뿐이니 이를 선택함은 신학적 의미가 없고, 오순절을 택함이 신학적 의미가 있다 하겠다.
■ 장례절차
장례절차(상복ㆍ염습ㆍ입관ㆍ행상ㆍ도묘ㆍ하관 등)는 오랜 풍습으로 우리 민족 문화로 정착되어 왔으며, 비신자들의 장례절차 속에는 유ㆍ불식뿐 아니라 무속적 요소도 다분히 혼합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의 가톨릭 신자 가정에서의 장례절차는 무속적 요소(출관때 바가지를 깬다든가 노제, 산신제를 지내는 등)는 완전히 제거되었고, 형식(염습 등)에서는 유ㆍ불식이 존재하지만 이것이 반 그리스도교적이라고 할 수는 없겠다. 더욱이 우리 교회는 오래전부터 임종에서 매장까지 각 과정마다 어떻게 하라는 그리스도교적 절차를「성교예규」에 상세히 설명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음은 교육부족에 기인하며, 부분적으로 수정 보완되어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니 장례절차는 성교예규를 수정 보완하면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된다.
혹 절차나 과정에 미신적 요소나, 반그리스도교적 요소가 있다면 그 부분을 제거하거나 그리스도교적으로 수정 보완하면 될 것이다.
■ 제사 문제
제사문제는 상당한 비중을 가지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앞에서 제시한 가톨릭신문에서도『연미사를 바치면서도 전통적 제사는 따로 지내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제사문제는 한국 교회 초기(1791년 신해박해) 윤지충(바오로), 권상연(야고보)이 부모의 신주(神主)를 모시지 않았거나 불살랐다하여 처형된 뼈아픈 역사를 우리는 가지고 있다. 그 후 제사문제는 죽은 사람을 신으로 모심이 아니라 조상에 대한 효의 발로임을 교황청이 이해함으로써 일단락되었고, 우리나라도 교회에서「선조를 기억하는 예식」이 제시되어 설날과 추석에 합동으로 미사중에 전통적 제례를 거행하는 성당이 등장하기까지 했다.
연미사를 드리고 따로 집에서 제사를 모심은 미사의 의미보다 제사를 중시해서라기보다는「선조를 기억하는 예식」에서도 미사를 드리고 제사를 지내도록 허용되어 있으니, 우리 민족의 효심에서 이해해야 할 것이지 탓할일은 아니라고 본다. 또한 제사에서 절을 함은 우리 고유의 어른에 대한 공경의 표현이지 그 이상은 아니다. 소위 서구식으로 고개를 조금 숙이고 있는 것이 옳다고 보는 것도 우리 민족의 미풍양속을 외면한 그릇된 것이지 그리스도교적이라 할 수는 없는 것일 게다.
그러므로 제사문제는 반 그리스도교적이란 시각에서 볼 것이 아니라 부모에 대한 공경의 표현으로 보고, 다만 사목적으로 미사를 드리고도 따로이 제사를 꼭 지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교육함은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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