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때보다도 국내 정치 지형의 변화가 극심했던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막을 내리고 새로 선출된 의원들이 국민들을 위한 참된 정치인으로서의 몫을 다해주기를 함께 기대한다. 특별히 우리는 당신의 백성을 위해서 십자가에 매달려 희생제사의 제물이 되셨던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가톨릭 신자로서 국민을 위한 봉사에 나선 신자 정치인들의 의정 활동에 주목하고자 한다.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국회의원 총선거에서도 많은 신자 정치인들이 국민들로부터 선택돼 의정 활동을 시작하게 된다. 우리는 그간 우리 정치의 역사와 현실을 뼈아픈 마음으로 돌아보면서, 많은 가톨릭 신자 정치인들이 국민들로부터 선택을 받았다고 해서 이를 단순히 기뻐하거나 축하하는데 그쳐서는 안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톨릭 신자 정치인들이 과연 그리스도인으로서 세속의 영역에서 복음적 소명과 공동선을 위한 봉사의 사명을 얼마나 충실하게 실천하려고 노력했었던가를 우리는 깊이 성찰하지 않을 수 없다.
교회는 이른바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서, 그리고 연이어 발표되어온 사회적 가르침을 통해서 그리스도인들이 국가와 사회 안에서 자신의 정치 활동을 통해 어떻게 기여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표명해왔다. 2차 바티칸공의회 사목헌장은 제75항에서 정치 공동체는 공동선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정치 공동체는 당리를 공동선에 앞세워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점을 단호하게 강조하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는 우리 정치와 사회 상황에 대해서 많은 점들을 시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뜻을 저버리는 정당이나 정치인들은 결코 오래 갈 수 없으며, 결국은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게 된다는 점을 우리는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특별히 그리스도인 정치인들은 그 정치적 소명의 지침을 신앙과 교회의 가르침으로부터 찾고자 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복음적 소명 안에서 신자 정치인들이 추구해야 할 과제는 많다. 가장 우선적으로는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에 바탕한 의정 활동의 구태를 단연코 벗어버려야 한다는 점이다. 정치의 영역은 결코 올바른 도덕과 윤리, 공동선에 대한 막중한 의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나아가 신자 정치인들은 교회가 추구하는 생명의 존엄성과 인간 기본권에 대한 철저한 존중을 다시금 되새겨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국회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할 것을 간절하게 바란다. 신자 정치인들이 과연 공동선에 대한 사심없는 봉사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 우리는 더욱 엄정하고 철저한 잣대로 관찰하고 비판하고 판단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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