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체가 공중에 둥둥 떠가는 기분이 들었다. 발밑을 내려 보니 내 두 다리가 척척 움직이면서 앞으로 나갔다. 어쩌면 내 다리도 움직이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든 것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내 생각 그대로 움직여주는 내 두 다리가 고맙고 신기하게 보였다.
멀쩡한 내 다리를 두고 감사하게 된 건, ‘그 사람’ 덕분이다.
그는 양쪽 겨드랑이에 목발을 끼고서야만 걸음을 옮길 수 있을 정도로 하반신이 불편한 이였다. 나는 라디오 효과 음향 자료를 분류하려고 함께 일할 사람을 찾았고, 마침 그 사람을 소개받았다. 하지만 자신의 장애를 의식해설까, 그는 처음에는 내 눈치를 살피며 함께 일하기를 사양했다. 하지만 우린 두 달 동안 함께 일했다. 그는 전문가답게 딱 부러지게 맡은 일을 해냈고, 나의 어쭙잖은 생각까지 바로잡아주었다. 게다가 그가 어렵게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는 것을 보면서, 나는 살아 움직이는 내 몸의 신비함을 깨닫게 됐다.
최승원씨는 소아마비 장애를 극복하고 뉴욕타임지로부터 ‘황금의 소리를 지닌 사람’이란 찬사를 받은 성악가다. 십여 년 전 한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을 연출할 때였다.
이 프로그램에서 장애인들과 함께 걷는 대회를 마련했었다. 최승원씨는 이 대회장에서 500여 명의 장애우들에게 “여러분들의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라고 인사했다. 뇌성마비, 소아마비 등으로 팔, 다리가 뒤틀린 그들을 바라보며 건넨 그 인사말과 그 말을 듣던 장애우들의 환한 얼굴은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십자가를 지고 한 걸음, 한 걸음 힘겹게 걸음을 옮기신 예수님을 생각해본다. 장애우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사는 아름다운 이들이다. 그런 이들과 함께 산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 감사해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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