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 안에서 아직도 본인의 장애를 꺼내놓고 말하기란 쉬운 일은 아닌 듯하다. 누구든 결핍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상인인양 살아가는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장애인’이라는 호칭을 붙였다.
가끔 지구상 사람 모두가 장애인이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엽기적 살인사건과 자살 등이 비일비재하고, 그 사건을 포털 뉴스 한 줄로 쓱 읽고 마는 우리는 장애와 결핍이 있는 사람들이다. 20대에는 한 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24시간을 공부하고, 취업해서는 가족보다 일에 매진하고, 30대부터 퇴직을 걱정하고, 40대에 거리에 나와 자영업을 찾는 사람들의 심리상태에 과연 ‘장애’가 없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오래 전 어느 문명을 보며 이러한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수백년의 시간이 흐르고 난 뒤, 후손들은 다닥다닥 붙어있는 한 평 남짓한 고시원을 보며 선조들이 비정상적 삶을 살았다고 황당해할지도 모른다고.
자신이 가진 상처가 열등감이나 우울증으로 표출돼 때때로 자신이나 타인을 해할 때, 우리도 역시 장애를 가진 이들이 된다. 공중파에서 방송하는 ‘힐링캠프’가 유명세를 타고, 사람들이 심리치료사를 찾으며, 치료의 기술도 웃음, 모래, 미술, 음악 등으로 다양해져가는 것을 보면 모두가 장애인이라는 말이 그리 틀린 생각만은 아닌 듯싶다.
장애를 가진 가정과 사회 안에서 우리는 우리도 모를 장애를 안고 살아간다. 눈에 보이지 않은 상처를 치유하고 싶은가. 내가 가진 장애를 극복하고 싶은가. 여기, 단 하나의 방법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장애를 가진 우리가 조금 더 불편하게 일상을 보낼 ‘눈에 보이는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먼저 다가서면 된다. 그것이 우리가 가진 장애를 거울에 비춰보고 사랑으로 덮을 수 있는 유일한 치료방법이다. 더욱이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망설이고 있을 이유가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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