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 쟁점과 총체적 정책
한국 사회가 갈수록 다양화, 다원화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신자들을 만나면 만날수록 더 깊이 느끼게 된다. 과거처럼 단순히 민주화, 반(反)민주화 논의가 아니라, 환경, 여성, 청년실업 등 다양한 사회 문제들이 표출되고 있고, 자신이 반응하고 있는 단일 이슈를 사회적 여론으로 만들어내고,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 즉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들이 많아져서인지, 자신이 반응하고 있는 이슈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는 신자들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천주교 신자라는 소속감이나 동류의식을 제외하고, 신자들 역시 연령·계급·지역·성별·취향 등에 의해 수없이 분절되어 있고, 공동 운명체로서의 연대감이나 의식 공유의 정도가 상이하기 때문에 동일한 성향으로 천주교 신자들을 묶는 것은 객관적 타당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관례적 표현으로 사용해왔던 ‘신자들’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나, 개인의 의견을 강하게 표현하는 경향이 점차 심화되어 가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신자들로부터 ‘요즈음 한국 교회가 단일 쟁점에 너무 집중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곤 한다. 단일 쟁점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운동 방식은 상당히 효과적이고, 쟁점 자체에 국한되기 때문에 마음의 갈등이 적을 수 있고, 집중해서 투쟁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진상을 철저히 들추어 내면서, 이를 통해 상당한 수준의 계몽적·교육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물론 한국교회는 과거 민주화 운동의 사례처럼 ‘성공의 경험(?)’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다양화, 다원화 되어가는 사회안에서 단일 쟁점을 가지고 이야기를 하다보면, 부분과 전체가 상충될 때가 있다. 부분에서 소박하게 옳은 것이, 전체에서는 어쩔 수 없이 양보할 수밖에 없는 것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갈등은 타협과 조정이 가능한 ‘나눌 수 있는 갈등’과 양자택일적인 ‘나눌 수 없는 갈등’ 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정당과 의회에 기반하여 제도 내에서 정치적 방식에 의한 해결이 가능하다. 물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총체적 구상과 더불어 해결 가능한 방안이 제시되어야만 갈등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후자이다. ‘진리를 택할 것이냐, 아니냐’하는 식의 결단을 요구하는 방식이라면, 필연적으로 극한 투쟁을 부르기 마련이다. ‘선과 악’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은 명쾌하기는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의 전부는 아니다.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는 어떠한 나라의 행정부이든 결코 단일한 의지를 지닌 행위자들로만 구성된 단일한 실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곳 역시 다양한 의견을 지닌 다수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문제는 어떠한 방식으로 접근할 때 서로가 공동선에 근접할 수 있는 합의안을 도출하느냐 하는 점이다.
다양성 포용 정책
그래서 신자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요즈음 공부하고 있는 ‘다양성 포용 경영’에 대한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된다. 다양성 포용 경영이란 “단순히 다양성 시대에 적응한다는 차원을 넘어서 국적, 연령, 성별을 가리지 않고 포용하고 이를 전략적 성장에너지로 전환시키는 노력”을 말한다. 다양성의 증가는 새로운 시대의 당연한 추세다. 관건은 다양한 사람들 간의 가치와 신념, 지식과 능력의 차이를 어떻게 존중하고, 어떠한 방식으로 창조적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다. 어떠한 조직이든 차이를 극복하고 다양성을 포용함으로써 역동성을 살려내고, 갈등을 창조적 에너지로 전환하려면 서로에 대한 믿음과 이해, 신뢰, 함께하고픈 마음, 배려 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사실 포용과 아량, 배려 등은 종교의 기본 덕목이다. 신앙인들은 진리와 상충되지 않는 한 상호간의 차이를 존중하면서, 다양성 안의 일치를 이루도록 노력할 것이다.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일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공동선을 증언하라는 부르심에 최선을 다해 응답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종교인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이나 국가적 차원에서 정책을 수립할 때는 개인의 선의를 넘어서, 구체적인 행정 조치와 배려, 지원 등 시스템적 접근이 전제되어야 한다. 사회 구성원 상호간의 입장을 이해하고 공동선에 협력하면서, 그동안 노출된 우리 사회의 크고 작은 문제점들을 점검하고 개선안을 마련함으로써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에너지를 창출해야 한다.
19대 국회에 바란다
이번 4·11 총선을 통해 구성되는 제19대 국회는 이러한 점에서 다양성을 포용하는 리더십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지금의 시대적 가치인 다양성과 문화성, 시장성을 볼 줄 아는 안목을 지니고, 반대 의견을 포함한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포용, 통합할 수 있는 리더십이 절실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오로 사도께서 말씀하시듯, 우리 사회가 진리안에 한 몸을 이루는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헌신하기를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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