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으로 부터의 엑소더스, 그것은 목숨을 건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가만히 앉아서 굶어죽기 보다는 식량과 자유를 찾아 남한에로의 죽음의 탈출을 시도한 그들의 결단은 마침내 새로운 세상에서의 새 삶을 쟁취하게 했다. 12월 9일 김경호씨 일가 17명이 북한을 탈출한지 44일만에 홍콩을 거쳐 서울에 도착, 46년만에 형제와 친척들이 상봉하는 모습을 지켜본 사람들은 혈육의 만남이 그 얼마나 진하고 끈질긴 것인지를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대거 17명이라는 대가족을 어떻게 그토록 살벌한 사선을 여러차례 뚫으면서 단 한명의 낙오없이 무사히 탈출시킬 수 있었겠는가? 더구나 62세된 김씨는 중풍으로 거동이 불편하고 28세의 막내딸은 임신 7개월의 무거운 몸으로 그리고 10세 미만의 손자들 5명은 철부지들인데 이런 대원들을 이끌고 종착지에 무사히 올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게만 여겨진다. 알려지기로는 부인 최현실씨의 뛰어난 통솔력과 가족들의 합심일치 그리고 조선족들과 종교계의 빈틈없는 지원 등이 이루어낸 성공사례라고 한다. 여하튼 이들의 서울도착까지의 생과 사의 44일은 마치 한편의 대하 드라마를 보는 듯한 감동과 감격을 안겨 주었다.
이들 가족들의 성공적인 탈출을 지켜보면서 한편으로는 더욱 강한 불안과 걱정을 떨쳐버릴 수 없다. 그것은 얼마나 많은 북한 주민들이 제2, 제3의 탈출을 시도할 것이며 그 와중에 희생당하는 수는 얼마나 많겠는가 하는 점이다. 권영해 안기부장이 9일 밝힌바에 의하면 북한은 주민들의 탈북사태를 막기위해 국경경비를 담당하는 새로운 군단을 편성하고 국경감시 초소를 늘리는 등 국경 경비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북한을 탈출하는 주민들은 먹을 양식이 없어 죽기를 각오하고 그곳을 빠져나오려고 한다. 우리로서는 양식이 쌓여있어도 이들을 원조해주지 못하고 있는 정치, 군사적 현실이 너무 안타깝기만 하다. 이들에게 양식을 하루속히 공급함으로써 주민의 탈북행렬을 막고, 남 북의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책 모색은 언제까지나 불가능할 것인가?
과연 우리 정부는 지금의 대북정책을 고수하는 방법외에는 아무런 묘안이 없다는 말인가? 현재 북한에서 굶어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내 아버지, 내 어머니이고 또 나와 피를 나눈 내 형제 자매라고 한다면 그래도 그들을 그냥 굶어죽게 내벼려둘 것인가? 정치인들이기 이전에 따뜻한 마음과 감정을 지닌 인간의 본심으로 돌아가 그 해답을 찾아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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