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어원은 「그리스도의 미사」라는 중세의 영어에서 생겨난 말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예수성탄을 뜻하는 용어로 사용돼오고 있다. 이미 2천년전에 있었던 크리스마스가 금년에도 재현되고 있다. 우리 교회력으로는 이틀후에 크리스마스를 맞게 되지만 이미 전국 곳곳 거리마다에는 크리스마스 물결로 넘쳐나고 있다. 크리스마스 트리들이 현란한 불빛을 반짝이고 크리스마스 캐롤이 사방에서 들려오지만 성탄의 참모습은 어디에서도 잘 띄지 않는다. 여기에다 크리스마스 특수(特需)를 노리는 상혼들의 치열한 경쟁은 성탄이 과연 이 시대에 누구를 위해 왜 필요한지를 근원적으로 되묻게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오늘 우리 인간사회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구세주가 재림하실 자리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물질이 만능이고 전부인 것처럼 붙잡고 산다. 개인 및 집단의 이기주의로 만사를 해결하려 든다. 양보와 타협, 이해와 용서보다는 자기주장과 옹고집을 부리고 쉽게 상대방과 절교하거나 담을 쌓아 버린다. 그리고는 헐뜯고 비방하고 상대를 쓰러뜨리려 안간힘을 쓴다.
어릴때부터 남과 겨루어서 이기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이 교육이라는 허울 아래 떳떳이 행해지고 있다. 중등학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상대방을 이기지 못하고는 들어갈 수가 없는 입시지옥이 청소년을 계속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 오늘날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사, 오십대 셀러리맨들의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도 결국 치열한 생존경쟁의 결과이다. 물론 경쟁이 자본주의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이라고 하더라도 우리의 처지는 너무나 심하고 또한 그 큰 부분이 정책의 잘못이나 사람들의 욕심에 기인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상태에 놓여있는 오늘의 나 자신, 우리 가정, 우리 사회에 과연 메시아는 탄생하실 수 있겠는가? 우리는 참으로 메시아를 필요로 하며 그분의 재림을 고대하고 있는가? 만일 우리가 메시아를 진정 필요로 하고 그분의 오심을 고대하고 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마음을 바로잡는 일이다. 비뚤어지고 흩어지고 갈라진 마음을 바로 세우고 하나로 모으고 합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런 다음 지금까지 나의 욕심, 심한 경쟁, 부정 등으로 피해를 입힌 사람들에게 물ㆍ심의 변상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자선이나 사랑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그 같은 변상이 남이 모르게 이루어져야 하는것은 당연하다.
크리스마스는 2천년전부터 시작되어 올해도 되풀이되지만 나 자신이 마음을 바로 잡지 못하면 나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일시적 축제로 지나가버리고 만다. 나의 올해 크리스마스를 참으로 멋지게 꾸며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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