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오면서 우리가 애틋하게 추억하는 것 중 가장 많은 부분은 무엇일까.
아마도 부부가 처음 만난 순간이 아닐까 싶다. 젊음이 가고 아름다움이 사라진 오래 후에도 처음 만난 순간을 떠 올릴 때면 우리는 다시 그날의 애틋한 감정에 사로잡히곤 한다. 그리고 최초의 그 시점에서 얼마나 멀어져 있는가를 깨닫고 다시 한번 그날의 마음으로 상대를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기념일이나 기념식이 의미를 가지게 되는 것 아닐까.
나는 부모 역시 자식과 만난 최초의 그날로의 시간여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진통을 얼마나 극심하게 했고 몇 킬로짜리를 낳았고 아빠는 어떻게 했고 따위를 다시 기억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자식과 처음 만나던 감동을 되새기기 위해서이다.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출발점에 돌아가 최초의 그날 우리 가슴속에 일렁이던 감동과 각오를 되새겨 보자는 것이다.
아들을 처음 만나 팔 안에 안았을 때 내가 한 기도는 무엇이었던지, 그날의 부모가 지금처럼 한량없는 욕심장이였던지 물어보자는 것이다. 그 작은 생명을 오로지 하느님께 의탁하지 않았던지, 위험투성이의 세상과 실수투성이의 엄마로부터 지켜주소서, 늠름하고 밝은 청년으로 자라도록 도와주소서, 그 외에 더 바랄 것이 있었던지.
도처에 널려 있는 죄악, 교통사고, 병마 그런 것들로부터 안전하게 이십년이 지나간다면 그것은 기적과 같은 하느님의 은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나는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아이가 군대에 간 후 처음으로 잘 자라주어 고맙다는 편지를 썼었다. 좀 더 일찍, 가장 힘들고 부담스러워 했던 고교시절에 그것을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