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마친 뒤 필리핀 출신의 한 비례대표국회의원 당선자에 대한 온라인상의 비난과 무조건적인 적대적 감정의 표출이 심각한 지경으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그 직접적인 동기는 수원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이 중국 동포 이주노동자의 범죄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나타난 신경질적인 반응이지만, 사실상 이러한 이주민 혐오 정서는 이미 우리 사회에 꽤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근거없고 인종차별적인 정서가 무엇보다도 반그리스도교적이며, 교회의 가르침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임을 다시 한 번 깊이 되새겨야 한다. 예수님께서는 복음을 통해서 “너희는 내가 나그네였을 때에 따뜻이 맞아들였다”(마태 25, 35)라며, 이주민들에 대한 따뜻한 환대를 촉구하셨다. 이 한마디만으로도 이주민들에 대한 혐오와 적대적인 태도는 인도주의적인 면에서 뿐만 아니라, 신앙적으로도 중대한 잘못임을 우리는 유념해야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은 근현대 역사 안에서 직접 간접으로 이러한 인종과 민족에 따른 차별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멀리는 일제 치하에서 받은 수모, 모욕과 핍박에서부터, 미국 등 서구 사회에 이주한 한인들이 겪은 차별의 서러움, 그것들은 지금까지도 흔적들을 남기고 있다. 우리 스스로가 겪은 그 불의한 행동을 우리는 지금 우리 사회 안에서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특정한 한 가지 사건을 두고 어떤 집단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그것은 명백한 사회적 폭력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어떤 범죄 행위가 있었다면, 그러한 범죄의 재발을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일부에 불과한 그런 일들을 무조건적으로, 혹은 편견과 선입견에 지배된 정서를 바탕으로 일반화시켜서는 안 된다.
더욱이 유관 기관 통계자료에 의하면 오히려 이주민들의 범죄율은 내국인들의 범죄율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들이 이러한 무조건적인 비난의 대상이 될 이유는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문제는 편견과 선입견, 이주민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혐오의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교회는 이미 전국과 각 교구 차원에서 이주민사목 유관기관들을 설치, 운영하면서 낯선 땅에서 자칫 억압과 차별의 희생자가 될 수 있는 이들 이주민들을 위한 사목적 배려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인간적으로 뿐만 아니라, 신앙이 명령하는 정의로운 사회의 건설을 위해서도 이주민들에 대한 온당한 태도와 나아가서 약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인 배려의 차원에서 따뜻한 돌봄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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