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다. 겨울에 죽은 것 같던 나무와 풀은 새싹이 돋아나고 꽃이 핀다. 겨울엔 나무들이 죽은 듯 앙상하게 옷을 벗고 있다가 봄이 되면 새순이 돋아나 자란다. 풀들도 죽어 없어진 듯 보이지만 다시 파릇파릇 되살아난다. 곤충들도 마찬가지다. 노랑나비가 월동장소에서 모습을 나타내고, 배추흰나비 등도 봄이 왔음을 알린다. 곤충은 죽으며 물속이나 나무 속, 바위 밑 등에 생명의 씨를 잉태해 남겨 놓는다. 따뜻한 봄이 오면 거기에서 생명이 깨어난다. 사랑의 하느님께서는 이처럼 천지만물을 통해 당신의 전능하심과 부활을 믿을 수 있는 증거들을 보여주신다.
부활절을 맞을 때마다 밀려오는 생각이 있다. 부활이 주는 큰 선물 때문이다. 부활은 단지 예수님이 다시 살아나셨다는 것에 있지 않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처럼 완전히 죽었다가 다시 완전한 생명으로 살아나 영원히 죽지 않고 사는 것을 의미한다.
인류를 고통 가운데 있도록 만든 죄의 문제를 해결하시기 위해 하늘의 영광을 버리시고 사람의 몸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님. 십자가의 제물이 되어 기꺼이 자신의 몸을 비우신 그분을 알지 못하면, 우린 부활의 영광을 온전히 깨닫지 못한다.
예수님의 빈 무덤이 보여주는 가르침은 더 이상 죽음이 예수님을 다스릴 수 없음이다. 주님의 부활은 하느님의 뜻에 온전히 순종한 자가 누리는 영광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전하고 있다.
부활은 죽음이 있어야 한다. 주님께서 보여주신 것처럼 낮아짐이 있어야 한다. 철저하게 하느님의 뜻에 순종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낮아짐 없이 높아짐은 없다. 온전한 순종 없이 하느님의 영광을 볼 수 없다. 부활은 바로 십자가의 삶 위에 주어진다.
예수님을 믿는 우린 그 누구보다 부활의 삶을 살아야 한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와 일치함으로써 새 생명을 얻는다. 새 생명은 예수님의 부활로 주어진 선물이다. 부활의 삶은 새 생명의 삶이다.
혹시 우린 부활절을 해마다 맞이하는 전례주기로 생각하고 무의미하게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현재 각자의 마음가짐을 성찰해보자. 주님의 부활을 믿는가. 그렇다면 과거의 무덤을 깨뜨리고 나아가라. 과거의 상처와 증오, 분노가 가득히 묻혀 있는 그 무덤을 부활의 은총으로 깨뜨려야 한다. 믿는 자에겐 못할 일이 없다. 세상의 모든 고통도 그리스도의 부활을 믿음으로 받아들인다면 놀라운 치유와 회복의 길이 열리고 새 사람으로 거듭나게 된다.
부활의 영광을 아는 자라면 적극적으로 ‘말씀’에 다가서야 한다. 세상의 것을 비운 우리의 영혼을 주님의 말씀으로 채워야 한다. 하느님의 뜻을 이 땅에 실현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진정 부활을 믿는다면 주님께서 하셨던 것처럼 길 잃은 양들을 찾아서 돕자. 신앙인이라면 고통 받고 힘겨워하는 이웃들에게 부활하신 주님의 사랑과 은혜를 전하는 일에 앞장서야 할 의무가 있다.
부활의 증인으로 산다는 것이 힘들고 어려운 십자기를 지는 것임엔 분명하다. 부끄럽지만 필자는 삶에 신앙을 활용할지언정 주님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십자가를 지는 것에는 부족했다. 삶의 현장에서 올바른 부활의 증인으로 살지 못했다. 우리의 삶은 하느님을 위한 삶이다. 부활의 영광을 아는 신앙인답게 살 수 있어야 한다. 주님께서 낮아지심으로써 높아지셨던 것처럼, 우리도 그러해야할 것이다. 부활이요 생명이신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충만한 삶 누리길 기도한다. 이것이 부활이 주는 큰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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