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가슴 짠한 사진을 들여다보고 있다. 검은 피부의 어린소녀가 돋보기에 눈을 붙이듯 가까이대고 책을 보고 있다. 알고 싶던 그 무엇을 본 걸까. 글자를 읽어 낸다는 흥분 때문일까. 달아오른 그 수줍은 얼굴이 귀엽다. 하지만 눈을 돋보기에 붙이듯 대고서야 글자를 읽는 그 소녀의 딱한 처지가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 사진은 ‘Light for the World ’란 저시력자 구호단체의 홈페이지에 실린 사진이다. 소녀가 사용한 돋보기는 유리구슬을 반으로 잘라낸 것처럼 생긴 반구형(半球形) 돋보기다. 배율이 아주 높고 빛을 모아 밝게 해주는 기능이 있어 손쉽게 글자를 볼 수 있게 해준다.
세계에는 1억 5천여 만 명의 저시력자가 있다. 그 중 90%가 저개발국가에 산다. 이들 가난한 국가에서 시력 보조 용품의 도움을 받는 저시력자는 고작 15% 정도다. 한국에서는 한국실명예방재단(www.kfpb.org)이 저시력자를 위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신언항 회장의 말에 따르면 현재 한국의 저시력자는 75만 명 정도이며, 해마다 1만3000명이 시력을 잃고 있는데, 이 중 80%는 예방이 가능하다고 한다. 제법 살만해진 우리나라에서도 사정이 딱한 분들이 그리 많다.
눈이 불편한 건 저시력자만이 아니다. 나이든 어르신 대부분은 노안으로 글자를 읽기 힘들어한다. 최근에는 컴퓨터를 이용한 독서기, LED조명등 돋보기, 스탠드 돋보기 등 새로운 시력보조용품들이 개발되어 쏟아져 나와 있다. 노인들은 손주를 위해서라면 돈을 아끼지 않지만 자신을 위해서는 좀체 지갑을 열지 않는다. 요즘 같은 정보화시대에 살아가려면 읽어야 할 글자가 적지 않다. 장애인의 날을 보내고, 어버이날을 맞으며 생각해본다. 거창한 구호가 난무한 이 세상에, 작은 나눔이 절실한 곳이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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