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주로 혼자 노는 걸 좋아한다. 대개 성능 괜찮은 랩탑 하나에 인터넷만 연결돼 있으면 종일도 지루하지 않게 보낸다.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듣고, 가끔 게임도 하고, 포털사이트를 뒤지면서 가십거리도 찾아가면서 시간을 죽이고, 그것도 지겨우면 여기저기 카페나 블로그에 댓글도 달면서 노닥거린다.
현대인들의 놀이문화에 비추어보면 특별히 독특한 취미생활은 아닌 듯하지만 가끔은 생생한 표정과 따뜻한 손길이 오가는 오프라인의 친교가 아쉬워지는 때가 많아지고 매우 산만하게(?) 여럿이서 술 한 잔 기울이는 것이 몸으로나 마음으로나 더 따뜻해진다는 것을 체감하는 경우가 더 많아진다. 스스로 아날로그 세대라는 것을 점점 더 느끼게 된다.
취미생활과 마찬가지로 신앙생활 역시 독립형이나 자립형이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어떤 이들은 결국 하느님 앞에는 혼자 서게 된다고도 하지만 사실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은 하느님께서 당신 백성을 집단적으로 구원하시고 싶어하신다는 말이 맞는 듯하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는 말처럼 당신께서야 잘난 자식이든 못난 자식이든 모두 당신 지붕 아래 두고 싶지 않으시겠는가. 그래서 교회는 공동체가 아니겠는가.
세속화가 이미 돌이킬 수 없을 만큼 진행되어버린 서구 사회에서 이른바 ‘소속 없는 신앙’(Believing without Belonging)의 추세에 대한 사목적 우려가 매우 깊다. 종교심을 잃어버리지는 않지만, 신앙생활에서 아무런 조직이나 제도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개인주의적이고 때로는 이기적인 영성 생활을 일러 하는 말일 것이다. 스스로를 그리스도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성사 생활은 무시하고, 주일미사 참례를 의무로 생각하지 않는 신자들이다. 당연히 여기에서는 신앙의 공동체적인 특성은 전혀 자리가 없다.
그러면 한국교회는? 서구의 왜곡된 개인주의가 들어와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한국 사회에서는 집단과 소속의 사회적 영향력이 사라지지는 않은 듯하다. 때로는 패거리 문화라는 부정적인 측면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집단에서 완전히 독립된 개인의 자리는 별로 선호되지 않는다. 당연히 신앙생활은 제도나 조직에 속해서 가능하다는 것이 기본 전제로 기능한다.
문제는 오히려 ‘신앙 없는 소속’(Belonging without Believing)의 추세이다. 교회의 가르침이 개인과 공동체의 신앙과 생활을 좌우하지 못하고 있다. 비록 교회에 속해 있고, 스스로 공동체의 일원이라고 생각하지만, 교회 가르침을 실천 지침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단적으로 분명하게 나타나는 것이 생명윤리와 그 실천이다. 교회 안에서 여러 번 되풀이해 실시된 각종 신자생활 조사에서는 결과를 발표할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었다. 생명윤리에 관한 교회의 가르침은 무시되고 있다. 사회 문제에 대한 가르침들에 대해서, 많은 신자들은 교회의 사회교리나 교도권의 해석까지도 개인적인 선호도나 신념에 따라 선별적으로 수용한다.
교회는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예비자 수가 줄지 않고, 성당 안이 북적거려도, 성소가 크게 줄어들지 않아도, 사제 주변에 신자들이 우호적인 얼굴로 모여 있다고 해도, 위기는 줄지 않는다. 약간의 교육 프로그램의 강화로 신자들을 다시 돈독한 전통적 신앙생활 양식으로 돌려놓을 수 있다고 방심하는 것은 착각이다. 왜 신자들은 교회의 가르침을 완전하게 따르지 않는지 의문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 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서는 해답을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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