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사 어느 일인들 어디 딱 한 가지 목적만 두고 할 수 있을까. 도랑 치고 가재 잡고, 마당 쓸고 돈 줍고, 꿩 먹고 알 먹고. 꿈들이 야무지다. 요즘 말로 치자면 멀티태스킹 (multi-tasking)이다. 밥 먹으면서 신문 보고, 라디오 들으면서 공부하고, 문자하며 수다 떤다.
동시에 여러 가지 일들을 하는 사람들이 많고 보니, 뭐를 줄 때도 딱 한 가지만을 주는 건 박해 보인다. 라디오 프로그램을 만들 때는 유익한 정보는 물론 재미와 감동까지 곁들여주려고 고민한다. 시그니스 서울(가톨릭 커뮤니케이션협회)도 회원들에게 재미와 함께 감동과 삶의 의미를 전달하려고 애쓴다.
성베네딕도회 요셉수도원은 일 년에 몇 차례나 내 발길을 이끄는 곳이다. 주일이면 미사 참례를 하러 요셉수도원에 가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요셉수도원은 불암산 자락의 멋진 풍광을 지고 있어 일부러라도 놀러가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한다. 둘째 만여 평의 배밭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어, 배꽃 피는 이맘때면 꽃구경하기 좋고, 배가 익는 가을엔 배 먹는 재미 또한 그만이다. 셋째는 배농사와 기도로 살아가는 수사님들을 보면서 건강한 신앙생활을 꿈꾸게 된다. 원장신부님이 묵상과 기도로 진지하게 준비한 강론은 곱씹어 들을수록 깊은 맛이 우러난다. 그리고 그 너른 알짜배기 땅을 기증한 어느 독지가의 귀한 뜻을 새길 수 있어 좋다.
주일 미사를 드리러 본당에 갈 때도 이런저런 바람을 가져본다. 단지 미사를 봉헌할 수 있어 가는 그런 본당이 아니라. 신부님 강론 듣고 싶어 가는 본당, 반가운 교우 얼굴 보러가는 본당, 나만이 갖고 있는 행복한 사연이 하나쯤 있는 그런 본당이면 얼마나 좋을까. 또한 내 자신도 누군가를 성당에 오고 싶게 하는 하나의 이유가 되면 얼마나 더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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