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를 권장하는 사회

우리나라의 연간 낙태율은 OECD 국가 중 단연 1위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십 년간 낙태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문제의식이나 정부차원에서의 문제해결 노력이 많지 않았다. 낙태는 윤리 가치와 임신여성의 사회 경제적 현실이 상충될 때 일어나는 문제다. 정부는 개발도상국 시절인 1973년 모자보건법을 제정하여 사회 경제적인 논리로 낙태를 권장했다. 유신체제하 비상국무회의는 천주교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모자보건법을 통과시켰다. 당시엔 전국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국회를 해산한 상황이라 이 문제가 전혀 논의될 수 없었다.

낙태에 대한 한국교회 입장

한국천주교주교단은 즉각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서 모자보건법은 생명경시 풍조, 모체건강 파괴, 노동력 부족 등 국가적 불행을 초래하는 독소를 내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자보건법에는 사실상의 낙태허용이라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14조는 임신이 모체의 건강을 해치거나 태아가 기형 등 유전적 소질이 있는 경우, 강간에 의한 임신, 혼인할 수 없는 혈족간의 임신의 경우에 낙태를 허용한다. 임신을 했지만 낙태를 원할 땐 강간당했다고 하든지 산모의 건강이 안 좋다고 하면 합법적으로 낙태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즉, 모자보건법 14조는 낙태의 빌미가 되어 우리나라에서는 낙태가 합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낙태는 형법 때문에 드러내놓고 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범죄였기 때문에 은밀히 이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군사정부는 인구조절이라는 구실로 낙태를 합법화시킬 수 있는 법을 제정한 것이다. 서슬 퍼런 군사독재정권 시절이므로 국민들의 의사표현이 어려웠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주교단은 단호하게 비판했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순간부터 인간 생명의 시작이므로 태아를 없애는 것은 살인이라는 것이다. 그 뒤로 한국 천주교의 생명존중사상은 계속적으로 이어져 배아줄기세포 연구 역시 인간생명의 훼손이라는 이유로 반대하고, 서울대교구에 생명위원회가 발족되어 배아연구에 대한 대처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 연간 낙태 건수

모자보건법이 제정된 지 40여년이 지난 현재 우리는 세계 13위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선진국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와 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도 낙태문제는 우리사회의 수면 위에 올라 와 있다. 40년 전에 먹고살기 위해 낙태를 하였던 것인데 현재도 사회 경제적인 이유로 낙태가 진행되고 있다.

2005년 정부의 발표에서는 연 35만 건의 낙태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통계를 인정하기에는 오류가 많이 있음을 직시하고 여러 정황을 살펴볼 때에 연 100만 건 정도의 낙태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추산되고 있다. 이는 매년 출생아 수 47만 명의 2배에 이르는 태아가 세상에 태어나지 못한 채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낙태가 행해지는 근본적인 원인

낙태문제를 여성 인권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으나 이는 극단적 여성주의의 편협된 생각이다. 태아의 생명권과 대립 구도로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태아의 생명권을 제한하는 방법은 올바르지 못하다. 임신 여성의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은 임신 여성을 낙태의 위기에 몰아가는 사회 경제적 요인이다. 종합하면 매일 수천 명의 태아가 세상에 빛을 보지도 못하고 사라지고 있는 근본적 원인은 우리 사회의 생명에 대한 의식 부재와 사회 경제적 문제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하여 프로라이프 의사회, 교수회, 청년회, 변호사회가 발족되어 태아의 생명존중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프로라이프 연합회, ‘생명대행진’

프로라이프 연합회는 금년 6월 16일 서울시청광장에서 태아사랑과 낙태예방을 위해 생명대행진을 개최한다. 1973년 1월 23일 연방대법원 판사들이 7:2로 낙태를 허용한 판결을 반대하며 미국에서는 매년 같은 날 “낙태는 태아와 여성을 향한 폭력이다”라는 사실을 외치며 생명대행진(March for Life)이 이루어지고 있다. 금년에는 25세 이하의 젊은 층과 여성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한국에서 처음 개최되는 생명대행진에서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는 것은 한국이 낙태공화국이란 오명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끼며, 그동안 불법적으로 이루어졌던 낙태를 반대하며, 모자보건법에 의해 낙태가 권장되었음을 지적하고 이 법의 철폐를 요구하며, 불법낙태의 원인이 여성들의 낙태에 관한 올바른 교육의 부재에 인식하여 이들과 그 배우자들에게 참된 생명 교육을 권장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