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날 등이 집중된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점점 더 삭막해지고 개인주의로 흐르는 이 시대에 어느 때보다 가족의 사랑과 소중함을 체험한다.
지난해 어버이날, 부모님께 드리려고 카네이션을 사는 이들을 거리에서 볼 수 있었다. 이들의 얼굴에는 꽃을 선물하는 기쁜 마음과 함께 부모님께 대한 감사의 마음이 보였다. 누군가에게 감사할 줄 알고 기쁨을 나누는 삶의 근원은 가정에서 나온다. 가족의 수가 많고 적던 가정의 소중함은 누구에게나 같다. 우린 어린 시절 가정에서 가장 중요한 삶의 덕목을 배우며 성장했다. 가정에서 사랑과 신뢰를 경험하지 못한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타인을 사랑하거나 신뢰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가정이란 공동체에 속해 살아간다. 결코 홀로 살 수 없는 사회적 존재이다. 그 누구이든 어머니의 품 같은 안식처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안식처는 두말할 것도 없이 가정이다. 가정은 서로 사랑하고 신뢰하며 희생하는 인생드라마가 꾸밈없이 연출되는 곳이다. 가정은 이해타산의 각박함이 있어서도 안 될 것이며, 상호 경쟁의 장소도 아니며, 서로 시기하고 질투하는 갈등의 장소는 더 더욱 아니다. 내 것 네 것이 없으며, 나는 잘나고 너는 못났다는 식의 우격다짐도 없는 세계이다. 이것이 바른 가정의 모습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가정의 모습은 어떠한가. 안타깝게도 주위에는 가족과 담 쌓고 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홧김에 내지른 말과 행동이 불씨가 되어 돌이키기 힘든 관계로 번진다. 많은 이들이 “가족이니까 말로 하지 않아도 이해하겠지” “이 정도 화풀이는 할 수 있는 것 아냐?” 등의 비합리적인 신념을 갖고 있다. 다른 이들에게는 깍듯이 예의를 갖추면서도, 정작 가족 앞에선 통제불능의 아이처럼 행동한다. ‘가족’이라면 누구보다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고 화해하고 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도 말이다.
가정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이들도 많다.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바쁘다는 핑계로 부부나 자녀들과 대화가 단절된 채 살아간다. 의사소통이 가족기능에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뒷전에 밀려 있다. 서로가 서로를 가장 잘 안다고 자부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경우도 부지기수다.
‘즐거운 나의 집’이란 노래가 있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리…”란 내용으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부르는 이들의 마음속에 가정에 대한 한없는 애정을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노랫말을 지은 미국의 극작가 죤 하워드 페인(John Haward Payne)은 일평생 가정을 갖지 못했다. 아내의 사랑과 자식에 대한 소망도 가져보지 못했던 그가 어떻게 가정을 노래할 수 있었을까. 대개 가진 자는 가진 것에 대한 소중함을 알지 못한다. 가정을 가진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 소중함을 깊이 깨닫지 못하고 살아갈 동안, 가정을 소유하지 못한 외로운 사람들은 가정에 대한 그리움을 뼈저리게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인 우린 올바른 신앙가정을 일궈야할 책임이 있다. 신앙인들의 가정이 바로 하느님께서 현존하시는 작은 교회이어야 한다. 가정의 달 5월에 모든 가정이 하느님의 사랑 안에 신뢰, 소통, 용서, 화해, 이해, 감사하며 웃음이 가득한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도록 함께 노력하자. 하느님께서는 진정 이렇게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바라실 것이다. 오늘은 모든 일 제쳐두고 일찍 귀가해 모처럼 가족들과 유익한 시간을 가져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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