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자세한 통계수치를 들이댈 필요도 없다. 최근 3년 동안 우리나라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 OECD 국가 중에서 청소년 자살률이 이미 최정상을 차지하다 못해 더 늘어가고 있다? 거의 하루에 한 명꼴로 아이들이 자살한다고? 10명 중 한 명꼴로 자살을 생각한다고? 하나씩 하나씩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이건 거의 학대고 학살이다.
어른들은 그 이유가 뭐라고 할까? 요즘 애들은 덩치만 크지 영 나약해 빠져서? 다 너희들을 위해서니까 미래를 위해서 오늘은 참아 견디라고? 전에는 고교 3년이면 됐다. 잘하면 2년만 해도 충분했다. 그런데 지금은? 이미 유치원에서부터 악몽은 시작된다. 모든 것은 극도의 경쟁이고 스펙 다지기다. 형편이 되는 아이들은 그걸 소화해내느라고, 형편이 안 되는 아이들은 능력 없는 부모를 탓하면서, 형편 되는 아이들을 부러워하는 동시에 시기하느라 엇나간다. 경쟁자들을 따돌려야 하기에 친구를 만들 생각도 없으면서(애당초 그럴 시간이나 마음의 여유도 없지만), 혹독하고 억압적인 상황에 짓눌려 패거리에 속하지 않으면 불안하고 초조하다.
능률과 능력이 모든 잣대이기에, 어떤 아이들은 또 다른 능력인 힘과 무력으로 다른 아이들을 억누른다. 왕따와 학교 폭력은, 어른들이 자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희생양으로 혹은 핑계거리로 삼는 ‘나쁜 게임’에 빠졌기 때문이 아니다. 성적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학교와 어른들로부터 무시당하는 것이 당연히 여겨지고 끊임없이 채찍질 당하듯이, 이제 아이들은 힘이 약한 아이들이 괴롭힘을 당하는 것도 정당하다고 여기는 듯하다.
일견 아이들을 내모는 어른들의 심정도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우리 사회 안에서 당당하게, 적어도 좋은 직장에 취직해서 경제적으로 안정되고, 일정한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면서, 그에 걸맞은 배우자를 만나 편안하고 안락한 중산층 가정을 이루는 가장 일상적인 방법은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다. 일류 대학에 가지 않아도 밥벌이가 되는 사회라면, 굳이 이런 전쟁을 치를 일도 없다.
바로 그것들을 위해서 부모는 자식이 그 아름다운 시기에 누릴 수 있는 모든 가치 있는 일들을 희생할 것을 강요하고 이를 못 견디는 아이들은 제 목숨을 포기하는 것이리라. 다른 무슨 이유가 있겠는가? 다른 무슨 사회적인 진단과 분석이 필요한가? 우리 눈앞에서 아이들이 죽어나가고 있는데. 이미 어른들은 아이들이 하나씩 죽어가는 이유를 잘 알고 있다. 다만 그것이 내 자식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뿐이다. 그래서 부모는 정작 아이가 화단으로 떨어져도, 이해를 하기가 힘들다. 모든 것을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 바라고 요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래서 결국, 아이들의 자살 문제는 그 가정만의 문제도 아니고 그 부모만의 문제도 아니다. 우리 어른들 모두가 병적이고, 우리 사회의 구조 자체가 기괴하기 때문이다. 솔직한 심정으로 우리 교육의 이 고질적인 병폐와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앞으로도 당분간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언제까지 우리는 바로 우리의 아이들을 아파트 복도에서, 베란다에서 아래로 밀어 떨어뜨릴 것인가?
당장 해결책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미봉책이라도 필요하다. 적어도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위기 상황에 가까이 갈 때, 어른들은 그걸 알 수라도 있어야 한다. 근본적으로 사회 구조를 당장 바꿔놓지 못하더라도, 아이들이 우수수 화단 위로 떨어져내리는 것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나.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들이 위험하다는 걸 알아채는 일이 가장 먼저 할 일이 아니겠나. 적어도 아이가 “나 위험해요! 더 이상은 못 견디겠어요”라고 말하는 온갖 징후들을 알아줘야 하지 않겠나. 제발이지, 아이가 한마디 말이라도 해주길, 말이 안되면 쪽지 한 장에 글이라도 남겨주길, 어른들에 대한 최소한의 희망마저도 완전히 포기하지는 말아주길 먹먹한 가슴으로 소망한다. 아이들이 자기 말을 들어줄 단 한 사람이라도 가져주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