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에 처음 출연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쯤 하는 실수가 있다. 진행자가 뭘 물으면 ‘예’ ‘아니오’ 라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거리거나 좌우로 젓는다. 물론 바라보고 있는 진행자야 그 의미를 바로 알아채지만, 귀로만 듣는 청취자로서는 뭐라 답했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라디오에 첫 출연하는 분들에게는 방송하기 전에 한 말씀 드린다.
“표정으로 말씀하지 마시고, 말로 하세요. 말로!”
자신의 마음과 뜻을 제대로 전하려면 유의해야 할 점이 너무 많다. 라디오에서는 말로만 하지만, 영상매체에서는 그림으로도 보여 준다. 출연자의 환한 미소 하나에 많은 메시지를 담을 수가 있다. 행동은 더더욱 분명한 소통의 방식이다. 수백 번 들려주는 그럴듯한 말보다는 단 한 번의 적절한 행동이 더 많은 것을 말해 준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도 따져 봐야 한다. 더러는 자기가 쓴 색안경의 색깔로만 바라본다. 누가 실수라도 하면, 자기가 살아온 방식 그대로 그도 그랬으려니 하며 단죄해 버린다. 그런 사람에게는 아무리 열심히 말을 해도 내 생각이 제대로 전해졌는지 몰라서 안타까울 때가 많다. 어찌 보면 그 사람은 내가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그 자체를 답답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살아갈수록 소통이 점점 어렵게 느껴진다. 내 마음을 전하려다 말뜻이 잘못 전해진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내가 맞다’ ‘네가 틀리다’가 아니라 ‘너와 내가 다르다’는 것을 좀 더 생각해야겠다. 시각장애인에게 보여주는 식이거나, 청각장애인에게 들려주는 방식은 아닌지, 내 소통의 방식도 살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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