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반야월본당은 이번 지하철 참사로 신자 5명이 실종되고 4명이 부상을 당해 피해가 가장 컸다. 맹봉술 신부는 사고 당일부터 지금까지 틈만나면 분향소와 유족대기실, 병원과 사고현장을 오가며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희생자들과 부상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매 주일 오후 3시에는 사고현장 중앙로역에서 미사도 집전하고 있다. 이번 사고와 가장 밀접한 위치에 있는 사목자로서의 심경을 들어본다.
지하철 화재참사가 일어난 지도 벌써 23일이 되어간다. 사고가 일어나던 날, 하늘도 울고 땅도 울었다. 우리 모두도 울었다. 억장이 무너지는 사건 앞에 말문이 막힌다. 한 사람이 겪고 있는 육체적 정신적 고통의 대가치고는 너무도 큰 사건이다.
이번 참사가 발생하던 날부터 오늘까지 사고현장과 병원, 분향소가 차려진 유가족 대기소를 수없이 오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유족들 앞에 서면 무슨 말을 해야할 지, 그들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대책이 서지 않는다. 유족들이 머물고 있는 이곳 저곳, 사고현장 벽에는 애간장이 타는 그들의 사연이 즐비하고, 고인이 된 부모 자식 형제의 사진을 부둥켜 안고 오열하며 혹시나 살아서 나타날 것 같은 희망을 버리지 못한다. 차마 눈뜨고는 보기가 힘들다.
시간이 약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사고가 난 날부터 10여 일 정도는 그래도 고인들을 추모하고 유족들을 위로하는 발길이 꽤 되었는데 이제는 제 갈 길을 가야만 하는지 사고현장은 유족들만의 차지가 되고, 분향소라는 곳은 언제 누가 어디서 어떻게 죽어갔든 내가, 내 가족이 당하지 않았으면 다행(?)이라는 듯 발길이 뜸하다.
이 현실 앞에서, 관련된 사람들은 하루 빨리 사태를 수습하기에 여념이 없고, 방송들과 신문사에서는 나름대로 유가족을 돕겠다고 성금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 발맞춰 자신들도 어렵지만 유족들의 아픔을 함께 하고자 많은 분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런 방법으로라도 함께 한 모든 분들에게 고마울 뿐이다. 그러나 좀 더 유가족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런 것들이 그들의 상처를 치유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나라에서 더 이상 이런 참사가 발생하지 않기를, 더 나아가서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되었으면 하고 바란다. 그리고 조속한 시일 내에 한 줌의 유해라도 찾기를 간절히 소망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태 수습 초기부터 사건은 은폐조작 되고, 책임을 져야할 사람은 없다. 이런 일련의 행태들은 비단 이번 사건에만 국한되지 않음에 우리 모두는 더욱 분통이 터진다.
어디 이번 사건뿐이랴 만은 사고가 발생되면 그때마다 이래서는 안 된다고들 떠들어대지만 한가지 개선되는 것이 없다. 특히 생명에 관한 것부터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경제 발전에만 힘써왔지 않는가. 그 결과 얻은 것은 무엇인가? 외적인 발전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것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생명일진대 이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 소흘히 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이다. 소중한 생명을 대하는 우리들의 그릇된 태도가 이 엄청난 참사를 빚게 한 것이 아닐까?
이 엄청난 사건이 조속한 시일 내에 잘 마무리되길 바란다. 고인이 되신 모든 분들은 영원한 안식에 들기를, 부상자들은 하루 속히 쾌유되시길 기도한다. 아울러 유가족들은 슬픔을 딛고 일어나 일상의 삶으로 되돌아가길 염원한다. 그 날을 기다리며 우리가 해야할 것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우선 산업화로 인해 인간의 가치가 무시되고 물질을 우선하는 우리의 의식부터 바꿔나가야 한다. 생명은 물질보다 우선한다. 생명이 존중받지 못하는 사회는 희망도 행복도 없다. 둘째로, 내 가족 외에는 무관심한 우리의 태도도 바꿔야 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혼자만 사는 곳이 아니다. 너와 내가 더불어 함께 나누며 도우면서 살아야 하는 곳이다. 이렇게 살아갈 때 우리 사회는 건강해 지는 것이다. 셋째로, 자신의 위치에서 맡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비록 작은 것이지만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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