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의 신임 대교구장으로 오랫동안 교구의 사목과 행정에 익숙하고 온유한 성품으로 폭넓은 지지를 받아온 염수정 대주교가 임명된데 대해 더없는 기쁨 속에서 서울대교구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의 발전을 위해 새로운 기회를 맞게 되리라는 기대 속에서 축하의 뜻을 전하고자 한다.
정진석 추기경이 이 소식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지적했듯, 염 대주교는 깊은 사명감 속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수행하는데 신명을 바쳐온 분이다. 염 대주교 스스로 정 추기경의 답사에서 말했듯, 한국교회 안에서 그 비중이 남다른 서울대교구의 교구장이라는 직분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모든 교구민들의 일치된 마음과 협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원만한 성품과 자애로운 덕성을 지닌 염 대주교는 교구민들의 마음을 모아 교구 발전을 위해, 나아가 한국교회와 사회가 복음화의 길을 향해 나아가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교회는 사실 산적한 과제들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회 내적으로는 고도의 양적 성장의 이면에 남아있는 내적 성숙의 과제들이 시급한 사목적 대처를 요청하고 있다. 복음화 증가율의 둔화를 비롯해, 젊은 세대가 교회를 떠나고 있으며, 많은 신자들이 교회의 전통적인 신앙 생활의 양식을 벗어나며, 천주교회의 핵심의 한 부분인 성사생활이 퇴색하고 있다.
교회 밖으로는 악화되어가고 있는 빈부 격차 문제, 경제 불황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 서민들과 가난한 이들에 대한 사목적 돌봄의 요구, 특별히 죽음의 문화가 보편화되어감으로써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 무시되고 있고, 환경과 생태계의 파괴에 대한 복음적 성찰이 요구되고 있다. 교회는 이러한 속에서 교회 자체의 온전한 신앙 생활의 증진뿐만 아니라, 사회 안에서 복음의 씨앗이 되어주어야 하는 과제를 부여받았다.
오늘 우리는 새로운 교구장의 탄생을 축하하고 기뻐하지만, 신임 교구장의 가슴과 어깨에는, 스스로 말했듯이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교구장의 직무를 하느님 마음에 들 수 있도록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뇌가 깃들어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러한 고뇌를 덜어내고 참으로 한국교회와 사회가 하느님 나라를 향한 여정을 훌륭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모든 서울대교구민들은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교구장 주교를 중심으로 한마음으로 단결, 하느님의 뜻을 식별하고 실천하기 위해서 가일층 노력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적절한 시기에 가장 훌륭한 인물을 당신의 종으로 쓰시는 하느님의 경륜에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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