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로써 방 한 칸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려서 자주 듣던 이 물음의 답은 누구나 잘 알듯 촛불이다. 빛 하나로 온 방을 환하게 비추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하나로 온 마을을 가득 채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요즘에는 이런저런 사정으로 듣기 힘들어 졌지만, 성당의 종소리도 소리 하나로 온 마을을 가득 채운다.
라디오 다큐멘터리의 거장 독일 레오나르도 피터 브라운(Leonhard Peter Braun)의 작품 중에 ‘유럽의 종’이 있다.
그는 그의 작품에서 출생해서 세례 받을 때의 종소리, 결혼식의 종소리, 장례의 조종(弔鐘)과 같이 종소리와 함께하는 유럽인들의 삶을 그려냈다. 또한 전쟁이 나면 종을 녹여 총과 대포를 만들고, 전쟁이 끝나면 다시 무기를 녹여 종을 만들었던 역사적 사실을 통하여, 종이 시대의 아픔을 담아내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게다가 종은 그 나라 사람들의 기질과도 관계 있다. 그가 내게 해준 말이다.
“종소리는 나라마다 다 다릅니다. 북유럽의 종소리는 ‘대앵 대앵’ 느릿느릿 들리고, 이탈리아의 종소리는 ‘댕 댕’ 가볍게 들립니다. 종소리는 그 나라 사람들의 기질과 비슷해요.”
나는 한국 불교의 매력적인 문화의 하나로 사찰의 범종 소리를 꼽는다.
에밀레종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종소리는 중국이나 일본의 종에 비해 울림이 길다. 끊어질 듯 이어지고 끊어질 듯 하다가 다시 이어진다. 우리 국민성을 닮아서인가. 은근과 끈기가 있다.
성당에서도 한국인의 정서가 듬뿍 담긴 아름다운 종소리를 듣고 싶다. 한국에서 천주교가 뿌리 내린지도 이백년이 넘었다. 이제 우리 고유의 성당 종소리가 나올 때도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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