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OECD 회원국 중 이혼율 1위라고 한다. 한국 여성의 경우 무려 45.5%에 달한다. 행복을 꿈꾸며 시작한 결혼생활이 왜 이렇게 허망하게 무너져버릴까?
행복한 결혼을 위해 무엇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몇몇 청년들에게 물어보았다.
“일단 배우자를 잘 골라야겠죠. 키 크고, 잘 생기고, 능력 있고, 성격 좋은 남자를 만날 거예요.”
“날씬하고 예쁘면서도 착하고, 상냥하며 교양 있는 여자였으면 좋겠어요.”
그 다음으로는 배우자의 경제력과 신혼집, 결혼식장, 드레스, 혼수 등을 꼽았다. 그러니까 좋은 배우자를 만나 화려하게 결혼식을 하고, 멋진 곳으로 신혼여행을 다녀와서, 그럴 듯한 곳에 신혼살림을 차리고, 경제적으로 여유 있게 살면 행복하리라는 것이었다.
과연 위의 조건만 갖추면 정말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을까?
행복한 혼인은 사랑만으로 부족
사랑으로 말하자면 자녀에 대한 부모의 사랑만큼 큰 사랑이 있을까! 우리 외할아버지는 어머니를 너무 사랑하셔서 아무 데도 못 가게 하시고, 아무것도 못 하게 하셨다고 한다. 영화를 보는 것도 나중에 시집가서 남편이랑 보라 하시고, 여행도 나중에 남편이랑 가라며 말리셨단다. 그런 외할아버지의 과잉보호를 어머니는 사랑으로 느끼셨을까? 사랑은커녕 억압과 지나친 통제로 느끼셨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녀의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않고 당신의 생각만 강요하는 일방적인 방식의 사랑이었기 때문이다.
배우자 간에도 이렇게 일방적인 사랑이 베풀어질 수 있다. 나는 사랑이고 배려라고 생각해도 상대방은 사랑으로 받아들이지 못할 수도 있고, 오히려 그것 때문에 불편하거나 상처받을 수도 있다.
혼인은 일치를 위한 부르심
“남자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떠나 아내와 결합하여, 둘이 한 몸이 된다.”(창세 2,24)
하느님께서 혼인한 부부에게 요구하시는 것은 사랑이 아니다. 삼위의 하느님께서 사랑으로 서로 일치해 계신 것처럼 부부도 일방적인 사랑의 단계를 넘어서서 일치에 이르러야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서로 다른 환경과 분위기에서 태어나고 교육받고 성장했기에 서로를 이해하고 수용하는데 버거울 때가 많다.
자 이제 자신을 돌아보자. 나는 내 배우자에게 어울리는 사람인가? 그와 일치를 이룰 수 있을 만큼 준비가 되어 있는가? 나의 약점에서 벗어나고 한계를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단점까지도 포용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해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일치에 이를 수 있단 말인가.
일치를 위한 준비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하나가 되라고 명령만 하시지 않는다. 우리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은총으로 도와주신다. 실제로 하느님께서는 혼인성사를 통하여 두 사람이 하나로 일치할 수 있는 은총을 베풀어 주신다.
하지만 그 은총을 받기 위해서는 합당한 준비를 해야 한다. 그 준비는 바로 내가 어떤 은총을 필요로 하는지 깨닫고 청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면서 내 자녀에게 절대 물려주지 않아야 될 자신의 단점과 약점과 한계를 깨닫고 고해성사를 통해 지난날의 과오를 참회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은총을 구체적으로 구해야 한다. 이것이 혼인을 위한 성사적 준비다.
이 준비를 잘 한 사람은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기 때문에 하느님께 의탁하게 되고, 배우자에게서 드러나는 단점과 약점도 기꺼이 수용할 수 있게 된다.
성사적 준비의 중요성
하지만 많은 젊은이들이 이 과정을 생략하거나 준비를 소홀히하기 때문에 은총의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성사의 은총을 포기하고 예식장에서 결혼하는 경우도 많다. 이혼율이라는 면에서 볼 때 천주교 신자들이 타종교나 무신론자들과 다르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실제로 몇몇 가톨릭 국가들은 평균보다 현저히 낮은 이혼율을 보이고 있으니 이를 통해서도 성사적 준비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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