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악’ 18대 국회
18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남긴 채 막을 내리고 이달 30일이면 19대 국회의원의 임기가 개시된다. 18대 국회는 4년 동안 예산안을 단 한 번도 합의 처리하지 못한 ‘불통 국회’의 부끄러운 기록을 남겼고 폭력이 난무하고 소방호스에 최루탄까지 등장한 역대 최악의 폭력국회로 기록되었다. 또 박희태 국회의장이 돈봉투 살포 스캔들에 연루되어 사상 처음 현직으로 불명예 퇴진하는 오점까지 남겼다.
산적한 법안 처리는 뒷전으로 미룬 채 여론을 무시하고 국회의원 정수 증원을 감행해 직무유기만 일삼고 국민의 혈세만 날린 국회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마지막까지 민생은 안중에도 없이 당리당략에만 치우친 결과 18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해 자동 폐기되는 법안은 모두 6488건이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18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1만4761건이고 이 중 처리된 법안 8273건을 제외한 나머지 법안은 자동 폐기되어 법안 폐기율이 43.9%에 달했다.
자동 폐기되는 법안들 가운데는 제도개혁과 민생을 위한 것들이 많아서 이들 법안을 19대에서 다시 추진할 경우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다시 소요된다. 여야의 대결구도와 국회운영의 비효율성 등으로 인해 결국 그 부담을 국민들이 떠안게 된 것이다. 이쯤 되면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것이 자랑스럽기는커녕 부끄러운 경력이 될 것이다.
새 국회에 거는 기대
4·11일 총선에서 국민들은 다음 국회에서는 이러한 실망스런 일들이 사라지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국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귀중한 한 표의 권리를 행사하였다. 지난 국회에서의 실망이 너무 컸기 때문에 새 국회에 거는 기대도 그만큼 큰 것이다. 그러나 선거후 정치판을 보면 그러한 희망이 헛된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금할 수 없다.
국회법에 따르면 6월 5일까지 새 국회가 개원되어야 하는데 개원 협상에서 여야 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이번 국회 역시 지각 개원이 될 전망이 높다고 한다. 국회 개원 협상은 매번 지연되곤 했는데 18대 국회도 무려 42일이나 지각 개원했다. 상임위원장을 차지하기 위한 힘겨루기 탓이다. 올해는 12월 대선을 앞둔 힘겨루기로 더 험난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특히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놓고 여야 간 접점 모색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19대 국회에서도 지각 개원이 되풀이되면 국민의 실망감은 더 커질 것이다.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 드러난 통합진보당의 부정과 그 후 드러난 당내 계파들의 대립은 그야말로 한편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부정 사실이 분명히 드러났음에도 이에 대한 책임을 지기는커녕 조사 결과 자체를 부정하고 사퇴를 거부하는 철면피한 모습에는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국회가 온갖 비리와 부정부패, 공권력의 남용, 사회적 약자에 대한 횡포 등으로 국민들에게 절망감만 안겨준다면 과연 국회의원이 시정잡배와 다른 것이 무엇인지 의구심마저 갖게 된다.
신자 국회의원의 사명
매번 국회의원 선거가 끝나면 상당수의 신자 국회의원이 탄생한다. 이번 19대 국회의원 선거도 예외가 아니어서 300명 가운데 74명이 가톨릭 신자라고 한다. 국회의원 4명 중 1명은 가톨릭 신자인 것이다.
현실 정치에 염증을 가진 국민들 특히 신자들은 그래도 신자 국회의원들은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다. 백성을 위해 당신의 목숨까지 내어주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신자로서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모습을 보이기를 원하는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신자 국회의원들이 정치와 입법 활동에서 그리스도의 가르침과 부합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신자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지만 그래도 믿을 건 가톨릭 신자뿐이라면 너무 나이브한 희망일까. 신자 의원들도 그들이 속한 정당의 정당인으로서 한계가 있다고 하지만 신자 의원들은 “정치 공동체는 당리를 공동선에 앞세워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사목헌장의 조항을 명심해야 한다.
복음적 소명·국민 섬기는 정치하길
우리는 신자 의원들이 세속의 영역에서 복음적 소명과 공동선을 위한 봉사의 사명을 충실하게 실천하고 국민을 섬기는 정치인으로서의 몫을 다해주기를 기대하면서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그들의 의정활동을 주목해야 한다. 정치만 후진국이라는 우리의 정치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신자 의원들이 있어야 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