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부처님 오신 날이나 혹은 성탄절과 부활절 등 각 종교의 중요한 기념일이 되면 이웃종교인들의 축하 방문이나 경축 메시지들이 전해진다. 이는 종교 박물관이라 할 만큼 수많은 종교들이 큰 불협화음 없이 공존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모범이 되고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사회 안에서 과연 종교인들이 서로에게 모범이 되고 비종교인들에게도 본받을 만한 일을 하고 있는지를 깊이 성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서점가에서는 종교가 없는 사회가 오히려 도덕적으로 우월한 사회라는 주장을 담은 서적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러한 종류의 주장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그만큼 세속화가 보편적 현상임을 방증하는 것이다.
극도로 세속화된 세상과 시대 안에서 가톨릭교회를 포함한 종교인들이 초월과 영원의 의미와 현실을 설득력 있게 선포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현실의 모범, 믿고 있으며 가르치고 있는 바를 실천적으로 증거하는 일이 필수적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과연 종교인들이 오늘날 사회 안에서 비종교인들과 비종교 공동체들에게 모범이 될 만한 삶을 살고 있는가를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이다.
많은 학자들의 연구와 조사들, 그리고 사람들의 삶의 경험에서 볼 때, 현대인들은 고압적인 설교와 자기 종교에 대한 교리를 설파하는 데에는 더 이상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종교인들이 자신들의 선포를 직접 그들의 삶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줄 때 비로소 사람들은 그 진실성에 감화돼 귀를 기울이게 된다. 따라서 삶의 실천이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것이 오늘날의 사회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 사회 안에서 종교인들이 얼마나 귀감이 되고 모범이 되려고 노력하는지를 우리는 비판적으로 성찰해야 한다. 신앙을 가진 정치인들이 비종교인 정치가들과 똑같이 윤리와 도덕, 정의에 어긋나는 일을 거리낌없이 행하고, 가장 모범적이고 정직한 삶의 모범을 보여야 하는 종교인들이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일을 서슴지 않는 일을 자주 본다.
가톨릭교회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은 상대적으로 대단히 우호적이고 양심의 최후의 보루로서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교회가 이러한 사회적 평가에 방심하거나 과거의 명성에 안도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항상 하느님의 가르침에 민감하고 시대의 요청에 예민함으로써 그 본래의 모습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긴장하는 일에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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