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뢔?”는 TV프로 ‘개그 콘서트’의 ‘비상대책위원회’라는 코너에 나오는 말로 요즘 널리 회자하고 있다. 어느 날 나는 뜬금없이 ‘고뢔 범국민 추진운동’을 벌이면 어떨까 상상해보았다.
업무상 회의를 해야 할 일도 잦고, 의견을 모아야 할 행사도 많아졌다. 그럴 때 별것 아닌 일로 대립하여 얼굴을 붉히고, 그 말이 그 말인데도 설전을 벌이며 시간을 끄는 사람이 있다. 그리되면 분위기가 경직되어 끝나고 나도 서로 찜찜하다. 그런 부작용을 막기 위해 누구에게나 ‘고뢔’의 정신이 필요할 것 같다.
심사숙고해서 내놓은 의견이 즉석에서 저지된다면 민망하고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마음으로라도 ‘고뢔?’라고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다면 어떨까? 개그 콘서트에서는 심혈을 기울여 펼친 주장이 언제나 한마디로 잘려버린다. 그런데도 “고뢔?” 하며 즉시 인정하는 바람에 웃음이 터진다. 물론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기에 그렇다. 하지만 어쩌면 모두 다 제대로 된 주장을 할 때에 더욱 ‘고뢔’의 영성이 필요할지 모른다.
‘고뢔’의 묘미는 상대를 받아들이는 수용성과 자신의 부족함을 선선히 인정하는 개방성에 있다. 또 물러나면서도 민망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분위기를 편하고 즐겁게 변화시킨다. 무엇보다 ‘고뢔’의 진가는 강한 사람이 약한 사람에게 사용할 때 발휘된다. 힘센 이가 힘 없는 이에게 귀를 열고, 신분이 높은 이가 낮은 이에게 선뜻 실수를 인정하며, 가진 사람이 못 가진 사람의 마음을 받아주고,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고뢔?” 하며 분위기를 이끌 때 진정한 ‘고뢔’의 효력이 발생한다. 이처럼 멋진 ‘고뢔’의 해학이 정치토론이나 엄숙한 종교회의, 아니 모든 사람의 일상적 관계에도 슬며시 스며든다면 어떨까 상상하니 저절로 유쾌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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