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때로는 칼이나 끌처럼 사람의 마음을 후벼 파는 이를 만난다. 얼마 전 그런 사람 때문에 며칠 동안 아프고 쓰렸지만, 주님의 손길로 툭 털고 일어섰다. 혹여 그 칼과 끌이 하느님께서 나를 조각하기 위해 사용하신 연장이라고 의미부여를 한다 치더라도, 연장에 감사할 필요는 없다. 고마운 분은 그런 무기를 통해서도 내가 더 좋게 형성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신 성령이다.
성령께서 고운 사포로 부드럽게 어루만지고 시원한 바람으로 파편을 날려주자, 내 거칠고 울퉁불퉁한 결이 한층 매끄러워졌다. 연장일 뿐인 것을 더는 미워할 필요가 없고, 오래 마음 잡혀 있다면 더욱 어리석은 일임을 깨닫자 이내 해방과 기쁨, 평화가 찾아왔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런 사람은 아예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그러나 그런 사람이 대개 피할 수 없는, 아니 자주 마주쳐야 할 사람이기 십상이다. 또 그런 점을 빼고는 좋은 점이 많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일부러 피하는 것이 더 불편하고 어색하며 손해일 것이다.
내게 상처를 낸 분도 사람들이 가까이하기 꺼리는 날카로운 부분이 있지만, 배울 점이 꽤 많은 분이다. 기저귀 속에 오물이 들었다고 아기까지 내버리는 사람은 없다. 나는 그분에게서 배울 것은 배우고, 버려야 할 것은 오물로 생각하고 툴툴 털어버릴 것이다.
또한, 나도 남에게 칼과 끌이 되지 않도록 좀 더 부드러워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며칠 후 그분을 만났을 때, 정말 아무렇지 않은 나를 발견했다. 그분을 스스럼없이 대하는 내가 스스로 생각해도 신기하고 놀라웠다. 아무리 뾰족한 무기에 찔린다 해도 성령께 내맡기면 곧 상처가 아문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그분도 그동안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던지 다른 때보다 친근하게 굴었다. 사람은 역시 무기나 연장일 수만은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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