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초등학생 시절 주일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잠시 소개하고자 한다. 초등부 주일학교에서는 새벽미사에 참례하는 주일학교 학생들에게 ‘은총표’를 나눠주는 이벤트를 열었다. 이 은총표는 은총시장이라고 불리는 바자에서 물건을 사거나 군것질을 할 수 있는 일종의 화폐였다. 솔깃한 제안에 나는 새벽미사를 매일 참례하기로 했다. 평소보다 훨씬 일찍 잠자리에서 일어나 어머니를 따라 새벽미사에 나가기를 하루 이틀 했을까. 졸리고 귀찮은 마음에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새벽미사에 열심히 나온다며 칭찬해 주는 주위 어른들의 격려와 은총표 욕심에 자의 반 타의 반 꾸준히 새벽미사에 참례했고 그 결과 친구들과 비교해 월등히 많은 양의 은총표를 모을 수 있었다.
각설하고, 얼마 전 베트남 소수민족들을 취재할 때 일이다. 새벽 5시 미사를 취재하기 위해 꼰뚬교구 꼰뚬주교좌성당을 방문했다. 성당 안에는 평일 새벽미사임에도 이미 많은 신자가 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모여 있었다. 놀라운 것은 신자 중 대부분이 아이들이라는 것이다. 미사를 봉헌하는 내내 이제 갓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법한 아이들이 흐트러짐 없이 경건하게 미사에 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은 새벽미사에 잘 나온다고 칭찬해주는 어른도 없고, 은총표도 없지만, 큰소리로 성가를 따라 부르고 기도문을 외웠다. 취재하며 몇몇 아이들과 인터뷰 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들 대부분이 미사를 봉헌하는 것이 일상이자 기쁨이라고 말했다.
베트남 정부의 보이지 않는 종교 탄압과 사회적 불평등에도 묵묵히 신앙을 포기하지 않고 하느님을 믿으며 기쁘게 살아가고 있는 베트남 소수민족 사람들은 은총표 대신 하늘나라에 보화를 쌓고 있었다.
어른이 된 지금, 나는 여전히 손에 잡히는 ‘은총표’를 청하며 신앙생활을 하고 있지 않은가 반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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