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한켠에는 앵두나무가 발그란히
수줍은 얼굴을 하고 서 있습니다.
신학원 입학시험을 치르는 그날
앵두나무는 입춘 꽃샘바람을 맞으며 떨고 있었습니다.
뼛속까지 파고드는 봄바람을 소신껏 통과한
‘뽑힌 이’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서로의 얼굴을 마주했습니다.
봄은 한 열흘 엑스터시(ecstasy), 역정을 쏟아 놓고
봄비 내리는 날 길을 떠났습니다.
새떼들이 나무 위 가지에서 지저귀며 사랑을 노래할 때
‘남은 이’들은 혜화동 90-12 언덕길을 오르고 내리며
‘그 무엇이 무엇입니까?’
답을 찾아 묻곤 또 묻습니다.
어느 날 문득 환시처럼 떠오름이 있었습니다.
얼마 만큼의 신발 끈이 헐렁해질 무렵입니다.
‘배우려 하려는가? 먼저 묵묵히 따르라!’
‘가르치려 하려는가? 실천을 먼저하라!
‘답은 앎에 있지 아니하고, 행함에 있느니라’
복이 많아 배운게 많고 아는 체도 제법합니다.
골에 낀 때를 하나 하나 지우며 닦아내야
답이 보일것 같습니다.
‘쟁기를 잡은 농부는 뒤를 돌아보지 않는다’ 하셨으니
그분의 뜻으로 초대받는 이 길
발길 내딛는 곳에 뿌리가 내릴 것인 즉
부디, 겸손으로 사랑으로 완덕에 이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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