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들어라, 숱한 어려움속에서도 너희 8남매를 낳아 그런대로 잘 기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기도 덕분이었다』 이렇듯 기도없이는 사실 수 없는 분, 그분이 바로 나에게 각인되 어머니의 모습이다.
한 살 위의 아버지와 결혼하신 어머니는 1944년 12월 장남인 나를 낳은 뒤 3개월 여 만인 1945년 3월 일제의 징용으로 아버지와 생이별을 해야 했다.
아버지가 「꼭 살아 돌아오리라」는 확고한 믿음 하나만으로 재혼 권유의 유혹을 물리치고 성모님께 매달렸던 어머니의 기도 덕분이랄까 아버지는 수십명의 징용자중 동네에서 유일하게 포로교환 협정에 의해 6·25 전 해 8월 돌아오셨다.
어머니는 만주에서 러시아군과 싸우다 포로가 돼 백러시아 탄광에서 몇 년간 혹독한 고생을 하다 돌아온 아버지의 건강을 챙기시고, 이후 6·25 전란을 거치면서 1960년대 말까지 일곱 동생들을 낳아 기르셨다.
아버지의 월급으로는 살기가 어려워 구호물자 장사에서부터 행상 등 안해 본 것이 없었고 물건을 떼러가다 새벽녘에 뺑소니차에 치어 사경을 헤메기도 하셨다.
비록 넉넉한 살림은 아니었지만 도움을 청하는 친인척을 그냥 돌려보낸 적이 없어 늘상 집안에는 친척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천주가사와 연도, 수백쪽의 기도서, 300여조목의 요리문답을 입전으로 꿰었던 어머니여서 어려서부터 졸음을 쫓으며 기도문 등을 외우느라 동생들과 함께 진땀을 많이 뺐다.
치매에 걸려 3년간 고생하다 2년여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와 거의 새벽미사를 궐하지 않으셨던 어머님, 지금도 새벽 2시면 일어나 아침기도와 묵주기도, 프란치스코 3회 기도, 자식들을 위한 기도 등을 바친 뒤 미사에 참례하신다.
81세임에도 아주 정정하시지만 『너무 오래 살면 자식들에게 짐이 된다』는 어머니, 건강하게 살다 성모님품에 안기는 것이 소원이란다.
『어머니, 건강하게 오래사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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