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에 근무한다고 하면, 종일 책상에 앉아, 책 읽고 글 쓰는 우아한(?) 일만 하는 줄 안다. 하지만 나는 상황에 따라 가리지 않고 휘뚜루마뚜루 일하고 있다. 연구한 책의 발간부터 판매까지 모두 맡고 있으니 어쩔 수 없다.
한 권의 책이 나오려면 연구와 집필, 편집이나 교정, 윤문은 당연하고, 그 밖에 교구인가나 바코드를 받는 일, 저작권 문제, 인쇄소와의 협상 등 행정적인 일도 많다. 그리고 표지 디자인은 전문가에게 맡긴다고 해도, 홍보를 위한 광고 문안과 밑그림은 어느 정도 완성해서 신문사에 넘겨야 한다.
또한, 보급을 위해 총판을 맡겼지만, 직접 주문하거나 문의하는 이들의 전화도 받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책을 배송하는 일은 완전히 노동 수준이다. 수십 권의 책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물량에 맞게 박스를 제본하여 포장해야 한다. 게다가 일일이 영수증을 쓰고 주소를 써넣는 세심한 작업도 소홀할 수 없다. 그것으로 끝나면 좋은데, 예산 청구와 결산 보고를 위한 장부 정리나 회계 처리, 책 판매 대금과 미수금 관리 등 해야 할 일이 끝도 없다.
그런데 나로서는 처음 해보는 일이 많아서 서툴기 짝이 없다. 당연히 ‘내가 왜 이런 일까지 해야 하나?’ 하고 툴툴댄 적도 많았다.
하지만 언제나 배우기 좋아하고 도전을 즐거워하는 나이기에 이제껏 재미있게 일해 왔다. 덕분에 새로 익힌 능력도 많아졌다.
그런데 익숙해져 쉬울라 치면, 해마다 책의 종류가 늘어나서 일도 늘어난다. 도대체 주님께서 나를 얼마나 더 키우려고 이러시는지 모르겠다.
어찌 나에게만 그러시랴? 요즘은 누구나 늦게까지 일해야 하고, 그만큼 일인다역의 역할이 필요한 시대이다. 이왕 할 일이라면 즐겁고 재미있게, 또 다른 내일을 준비한다는 열린 마음으로 일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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