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어르신들이 탁자 위에 약병을 죽 늘어놓고 종류별로 꼬박꼬박 챙겨 드시는 걸 보면서 참 의아했다. 영양제로 통칭되던 그 약병들을 보며 들었던 생각은 “저걸 먹으면 좀 나은가?” 하는 의심. 다음에 떠오른 생각은 “운동 좀 하고 밥 잘 드시면 되지… 쯧쯧쯧!”
혈기 왕성한 시절, 밤을 새워 놀아도 늦잠 한 번 자면 깔끔하게 회복되던 때에 건강에 대한 관심이 있었을리 만무이고 몸 아플까 걱정은 그저 감기 안 걸리게 조심하는 것뿐이었다. 종일 축구, 농구하고 쉬는 시간에 족구하던 대학 시절에도 건강에 큰 관심이 없었다.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조금씩 삐걱거리기 시작했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깨닫는다. 우선 위장. “밥을 밥맛으로 먹나? 입맛으로 먹지!” 필자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 밥이었다. 남들은 피자에 케이크에 불고기에 자장면을 곁들인 탕수육 운운해도 따끈하게 새로 한 밥은 따로 반찬이 없어도 왜 그렇게 맛난지. 큰딸 녀석이 오다가다 간식으로 밥 한 숟가락씩 퍼먹는 걸 보면 피는 못 속인다는 말을 새삼 느끼기도 한다. 세끼 밥 공기를 머슴밥으로 담아, 시험 공부한답시고 새벽 5시에 집을 나서면서도 삼겹살을 구워 먹던 때, 한 끼 식사량은 엄청났다. 한창 때는, 무식할 정도로 식성이 좋아 뷔페에서 여섯 판을 먹고, 치즈 기름이 입가로 미어져 나올 정도로 풍부한 영양을 섭취해도 걱정은 안 했다.
마흔이 넘어 어느 날 목욕을 갔다 오다가 극심한 가슴 통증으로 길바닥에 주저앉았는데, 진단 결과 약간의 위염과 중증의 식도염이었다. 혹사 당한 식도와 위장이 꽤 탈이 났던 모양이다. 이후에도 여전히 주책없이 좋은 입맛 때문에 절제에 어려움을 겪다가 지금은 라면을 먹기가 겁이 날 만큼 적신호를 느낀다.
중년이 되면 누구나 느끼게 되는 만성 피로. 아무리 곤하게 잠을 자도 상큼하게 아침에 일어나기가 어렵다. 워낙 심장이 별로 좋지 않았던 터라 장거리 뜀박질은 힘들어했지만, 이제는 100미터 달리기가 장거리가 됐고, 겨우 3층에 있는 사무실 오르는 것이 숨차다. 결정적으로 뱃살. 전에는 그래도 누우면 들어갔는데, 이제는 빈 속에 누워도 봉긋하니 동산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아내가 끊임없이 권하는 이른바 ‘종합 비타민’을 비롯한 건강 보조 식품이 어느새 관심사가 됐다. 현재, 씹어 먹고 삼켜 먹는 건강 보조제가 여섯 가지. 매 끼니 때 현미나 콩밥, 유기농 반찬에 채소 섭취량을 늘리는 식생활 개선뿐만 아니라, 파파야 엔자임, 다양한 종류의 중년 남성용 전용 종합 비타민제, 오메가 쓰리가 들어있는 피쉬 오일 등을 챙겨 먹는다.
좀 창피하지만 나이가 조금 들어 건강에 자신을 잃어가면서 일상적인 식생활과 약간의 운동으로는 원활하게 채워지지 않는 부분을 위해서, 보조적인 도움을 받아야 할 필요가 생긴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확실히 이런 보조적인 방법이 효과가 있는 것도 어느 정도는 분명하다.
몸의 건강을 생각하다 보니, 마음의 건강에 대해서도 유념하게 된다. 세례 받은지 30년이 넘었는데, 어찌 된 것이 진전과 성숙보다는 안일과 나태, 특히 교만이 깃든다. 어려서부터 꾸준하게 운동을 하지 않으면 늙어서 고생하듯이, 신앙의 초심기부터 꾸준하게 기도와 영성생활을 맛들이지 않으면 결국 영성적으로 염증이 생기거나 굳어지는 경화 현상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몸이나 마음이나 건강 챙기기는 똑같다. 주일미사와 매일의 기도로 꾸준한 단련을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영성적으로 좀 컨디션이 안 좋을 때에는 약간의 영적 보조 식품의 도움을 받는게 효과적이리라. 종합 비타민격이라 할 만한게 피정이 아닐까? 오메가 쓰리에 해당되는 것은 나름대로 잘 꾸며진 신앙 강좌 정도가 될 것이다. 중요한 건 매일 꼬박꼬박 챙겨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컷 굶었다가 하는 폭식은 어릴 때나 커서나 건강의 가장 큰 적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