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홀로 설 수 있을 때까지만 뒷바라지할 수 있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랐던 때가 있었다. 암에 걸리고 경제적으로 아주 힘들었던 때였다. 그런데 또래보다 늦게 대학에 들어간 아들이 드디어 취업해서 직장에 나간다. 아침마다 정장을 차려입고 출근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뿌듯하다. 뭔가 할 일을 다한 듯 해방감이 느껴진다.
작년에 딸을 시집보낼 때도 그런 마음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서운하지 않으냐고 물었지만, 그보다는 임무를 마친 느낌이 더 컸다. 조만간 아들도 짝을 찾아 자신의 둥지를 트는 것을 보아야 조금 더 자유로울 것이다.
그렇다고 나의 할 일이 완전히 끝났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또한, 마냥 대견하고 뿌듯한 마음만 있는 것도 아니다. 안쓰럽고 서운하고 조마조마하고 불안하고 아무튼 복합적인 마음이다. 아이들도 처음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긴장하고 두려워하는 것 같았지만, 점점 안정되어 자신감도 생긴 듯하다. 드디어 정신적 탯줄마저 잘라낼 때가 온 것이다.
요즘 우리 세대 자녀의 결혼 소식을 자주 접하고 있다. 자녀의 결혼에 너무 깊이 개입해 갈등을 빚는 이야기도 간간이 듣는다. 심리학에서는 부모와 자식이 애착을 잘 형성해야 할 때가 있고, 끊어내야 할 때가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근래에는 자식이 적고 귀하게 길러 유착을 끊지 못해 문제가 많이 생긴다고 한다.
문득 물과 물을, 빛과 어둠을 ‘갈라놓는’(창세 1,4.6) 창조의 의미가 깊게 다가온다. 곧 없는 것을 ‘생기게 하는’ 것도 창조지만, 있는 것을 ‘가르는’ 것 역시 창조이다. 자녀의 독립과 새 가정의 출발이 순탄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부모를 떠나는’(창세 2,24) 작업부터 잘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우리 부모를 위해서도 자녀에게서 떠나는 연습을 잘 익혀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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