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피임약이 약국에서 무분별하게 판매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니, ‘누가 그렇게 많이 사먹는다고 호들갑이냐, 모르는 소리 말라’는 응답이 되돌아왔다.
‘이젠 더 이상 모르지 말자’는 그 말, 되돌려주고 싶다. 올바른 성의식을 불편해하고, ‘죽음의 문화’에 대해 침묵하는 이들에게 말이다.
최근 우리나라 10대들이 처음 성경험을 하는 평균연령은 13.6세로 내려앉았다. 대학생들의 74.5%는 임신의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혼전 성관계가 가능하다’고 답했다. 혼전 관계에 의해 임신이 됐다면 ‘낙태를 선택하겠다’고 밝힌 이들도 27.4%의 비율을 보였다.
현재 우리사회에서 응급피임약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또한 언제든 낙태를 선택할 수 있는 이들은 바로 10~20대 젊은이들이다. 임신과 낙태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그릇된 성적 충동을 제어하거나 쾌락을 포기할 만큼 성숙한 성의식을 가진 젊은이들이 갈수록 부족해지고 있다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이들은 1~2만 원짜리 낙태약 한 알 사먹는 것쯤은 문제 삼지 않고, 그 부작용도 임신과 출산을 겪는 것보다 낫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생명 문제들 중에서도 유독 낙태와 응급피임약 논란이 늘 뜨거운 것은, 이 문제들이 인간의 근본적인 가치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세상살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나 지금이나 비등비등한 유혹과 어려움들은 늘 있어왔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도 먹고, 쾌락을 즐기고, 권력을 누리는 것에 대한 유혹을 받으셨다. 그러나 살면서 한 가지 유혹이라도 선택하게 되면 삶 전체에 문제가 생긴다.
게다가 성적 쾌락을 누리고 싶은 유혹, 그러나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어려움을 피하고 싶은 유혹 등도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대가가 생명을 죽이는 행위일 수 있다.
생명의 역사에는 후진도, 유턴도, 클릭 한 번에 새로운 창을 여는 ‘새로 고침’ 기능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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