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피임약 재분류 문제로 격렬한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른바 응급피임약을 일반의약품으로, 사전피임약을 전문의약품으로 재분류하는 안을 골자로 한 이 피임약 논쟁은 의료계의 관심사를 넘어서 사회 전반에서 논의해야 할 중요한 정책 논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윤리적으로뿐만 아니라 의학적으로도 일종의 낙태약 효과를 내는 응급피임약을 일반 약국에서도 의사 처방전 없이 자유로이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응급피임약의 일반의약품 전환 문제는 의료계와 여성계, 청소년 문제, 시민단체와 종교계를 모두 망라하는 사회 전반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우리는 이 중요한 논쟁에서 모든 판단의 준거는 우선적으로 인간 생명의 존엄성에 두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이 문제와 관련된 어떤 사회 집단이든 자신들의 관심사와 이해관계에 따라 일정한 방향성을 주장하고 있다. 백보 양보하여 이들 모두의 주장에는 부분적인 타당성이 있음을 충분히 인지한다고 해도 우리는 극히 경계해야 할 몇 가지 중요한 요소들이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우선 우리 사회는 이 문제가 경제적인 이득을 얻고자 하는 사적인 이익 추구의 동기에서 판단하고 결정하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가장 먼저 지적하고자 한다. 피임약의 사회적인 의미는 단지 경제적으로나 산업적인 시각에서 보는 것으로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인간 생명의 가치에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경계해야 할 두 번째 관점은 인간 생명에 관련된 문제를 단순히 여성의 결정권이라는 시각에서 판단하려는 경향이다. 여성에 대한 존중과 여성의 건강에 대한 배려는 물론 사회적으로 그 우선순위가 매우 높은 요소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것이 또 하나의 다른 인간 생명의 가치에 대한 소홀함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
더욱이 피임약에 대한 접근권을 무한정 확대하는 것이 여성의 건강권을 지키는 것이라는 주장은 과학적이지도 도덕적이지도 않다. 더욱 신중한 피임약의 사용, 여성의 신체에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응급피임약에 대한 의학적인 접근이 오히려 여성의 건강권을 더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결국 우리는 피임과 피임약의 사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의 형성에 있어서, 인간 생명의 존엄성, 즉, 수정으로부터 그 고유한 인격권을 갖는 하나의 생명으로서의 배아와 태아에 대한 존중이 가치 판단과 정책 결정의 바탕이 되어야 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자 한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