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는 이맘때쯤이면 휴가이야기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온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온다. 예전에 비해 ‘쉼’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쉬는 것은 사치가 아니라 성장과 성숙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과정이다. 바쁜 현대인들에게 쉼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생명수이다. 하느님께서는 인간의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 두 가지 선물을 주셨다. 일과 쉼이다. 이 두 가지의 조화와 균형 속에서 인간은 기쁨과 행복을 누린다.
하지만 현대인의 쉼은 진정한 쉼이 되지 못하고 있다. 주말마다 도시를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생각해보자. 어디론가 빠져나가는 행렬은 안쓰러울 정도다. 주말과 휴일에는 전국의 도로가 몸살을 앓는다. 도로가 막히고 쉼을 위한 여행이 또 다른 스트레스를 준다 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처럼 현대인에게 휴가는 또 하나의 수고로운 일이 되고 있다. 더구나 인간의 휴식으로 인해 창조 세계가 병들어간다. 단순히 먹고 노는 형태의 폐해로 인해 자연을 마구 훼손하기 때문이다.
휴식보다는 안식을 얻어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의 창조질서에 따라 멈추고 쉬어야 한다. 쉼과 멈춤은 시간 낭비가 아니다. 더 큰 역사를 이루기 위한 하느님의 창조 섭리이다. 우리 모두 창조 섭리에 따라 멈춤과 쉼이 있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신앙인들의 쉼에는 나눔과 회복의 정신이 필요하다. 소유가 아닌 나눔으로서의 쉼을 보내야 한다. 현대인의 쉼은 소유지향적인 경향이 있다. 자연을 내 것으로 소유하고, 거리를 내 휴지통인양 생각한다. 나만 즐거우면 그만인 것처럼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기도 한다. 나만 즐거운 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나도, 다른 사람도, 자연도, 하느님도 즐거운 쉼이 되어야 한다.
쉼은 떠남이 아니라 만남의 시간이다. 쉬기 위해 무조건 어디로 떠나는 것이 아니라 쉼을 통해 만남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일의 멈춤과 쉼은 하느님과의 만남으로 이어져야 한다. 예수님께서도 활동하시다가 쉬실 때는 어김없이 하느님을 만나셨다.
가정건강을 위해서도 쉼은 필요하다. 휴식은 몸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가정과 공동체의 건강을 위해 필수적이다.
오늘날 가장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가 가정 해체이다. 몸은 가까이 있지만, 마음은 따로 떨어져 살고 있는 많은 가정들의 경우 어느 순간 위기가 오면 극복할 힘이 없다. 관계가 악화되고 상한 감정이 회복되지 않아 쌓이고 쌓이다보니 문제가 된다.
이럴 때 온가족이 함께하는 쉼과 휴식의 시간은 건강한 가정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소비지향적인 의미 없는 휴식이 아닌 서먹했던 관계를 회복하고 하느님 안에서 진정한 가족 사랑을 체험하는 뜻 깊은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건강한 가정에서 건강한 믿음이 나오고, 건강한 삶이 나오고, 건강한 생각이 나온다.
쉼은 우리에게 생기와 활력을 되찾아 준다.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삶의 여유로움을 만끽해보자. 의자에 앉아 향기로운 차를 마시거나, 고개를 들어 푸른 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좋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자연과 함께하는 기쁨을 누리는 것은 무엇보다 값진 시간일 것이다. 하느님께서 주신 삶은 아름답다. 다만 우리가 스스로에게서 쉼을 박탈하며 힘겹고 고통스러운 삶을 만들었을 뿐이다.
악보를 보면 꼭 쉼표가 있다. 만약 악보에 쉼표가 없다면 피곤하고 시끄러운 소리가 될 것이다. 쉼표 자체도 멜로디의 한 부분이고 여백 자체도 전체 그림의 한 부분이다. 아주 적절한 곳에 적절한 길이로 쉼표를 지키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힘들고 지칠 때 너무나 조급해져 주위를 돌아보지 못할 때 삶에 쉼표를 하나 찍어보자.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