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실에 상근하는데다 강의 활동도 늘어나서 지난 5년간 교리를 맡았던 본당에서 세례식을 끝으로 교리 봉사는 잠시 접기로 했다. 그곳에서 좋은 예비자를 많이 만났지만, 마지막의 한 가족도 잊지 못할 것 같다.
틱 장애를 앓고 있는 자매가 어머니와 함께 왔다. 가뜩이나 집중력 떨어지는 저녁인데다, 수업 도중에 간간이 소리를 지르니 그럴 때마다 분위기가 산만해졌다. 미안해하는 어머니에게 괜찮다고 말은 했지만, 어떻게 할지 앞이 캄캄했다. 가정 교리 봉사자를 소개할까 생각도 했으나 상처를 입을까 걱정됐다.
불현듯 은사이신 심상태 몬시뇰이 떠올랐다. 언젠가 ‘그리스도 사상 연구소’에서 월례 미사를 드릴 때다. 그곳에서는 참례자들이 돌아가며 인사를 하는 것으로 미사를 시작한다.
그날 뇌성마비인 분이 왔는데, 그의 차례가 되자 옆 사람이 대신해서 말을 하려고 했다. 몬시뇰은 손사래를 치며 직접 말하게 했다. 그가 떠듬떠듬 나열하는 단어를 조합하다가, 또 그것을 더없이 진지하게 경청하는 몬시뇰의 모습을 보다가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예수님이라면 바로 그렇게 하셨을 것 같았다.
순간 자매에게 어떻게 하면 될지 알 것 같았다. 정규 시간 전에 자매를 위한 시간을 따로 내면 된다고 결심하니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하지만 혹시라도 마음이 다칠까 봐 자매에게 선택권을 맡겼더니, 내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며 고마워했다.
그렇게 하여 그 가족과 함께하는 단출한 과외 수업이 시작됐다. 마음이 편해진 가족들이 밝게 웃을 때마다, 때때로 이유도 모르는 감사가 솟을 때마다, 콧날이 시큰해지던 은혜로운 시간이었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겠다’ 하신 주님께서 분명 우리와 함께 계셨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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