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한 햄버거 체인점이 이른바 ‘도전 60초’라는 이벤트를 한다고 하던데, 필자 생각으로는 아마도 이런 식의 속도전은 전세계에서 한국에서나 유일하게 있음직하다. 주문에서 음식을 받을 때까지 60초 안에 해결한다는 짓인데, 원래 우리 민족들이야 전광석화 같은 속도전에 익숙하니까 그저 재미나 흥밋거리, 혹은 손님들 입장에서야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드니 좋을지도 모르지만 사실은 너무 비인간적인 행사라는 생각이다.
미국에서 잠시 머물면서 넉넉지 않은 형편에 아르바이트를 꾸준하게, 방학 때는 집중적으로 해야 했다. 일식집 식당에서, 혹은 패스트푸드점에서 파트타임 혹은 풀타임으로 3년여를 일해 봤는데, 무슨 일을 하든 식당이나 음식점 일은 최소 10시간 이상 근무를 하게 된다.
역할 분담이 적절히 나눠져 있고 정확하게 손님들이 끼니 때에 찾아오는 식당 주방 일은 그래도 짬짬이 쉬는 시간도 있지만,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는 철저하게 아르바이트의 노동력을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야 하기에 중간에 유휴 시간이 없도록 철저하게 업무의 흐름이 시스템화돼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식당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거나 설거지를 하는 알바보다는 패스트푸드점에서의 노동 강도가 적어도 필자의 생각에는 더 센 듯하다.
비교적 넉넉하게 음식을 즐기는 저녁시간보다는, 1시간 남짓 제한된 시간에 식사를 해야 하는 점심시간은 그야말로 알바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하는 시간대이다. 조금 이른 손님, 약간 늦은 손님을 모두 합해 약 2시간 반 남짓의 점심시간.
길다란 빵을 자르고 각종 햄, 참치 등 메인 메뉴를 끼워 오븐에 데운 다음 20여 가지에 달하는 온갖 야채를 취향대로 빵 사이에 삽입한 뒤 8가지 소스 중 두 세 가지를 선택해 뿌려주고 전용 종이에 둘둘 말아 포장을 끝낸 뒤 캐셔에게 넘기기까지, 알바들의 손모가지는 주문하는 손님 목소리를 앞서 간다. 아무 까탈을 부리지 않고 “Everything”을 외친 뒤 기다려주는 너그러운 손님을 만나면, 이 모든 과정이 정말로 ‘60초’ 완성이다.
중간중간 참으로 ‘진상’ 같은 손님을 만나기도 한다. 내 참!!! 그깟 빵에 야채 끼운 거 하나 드시면서 아주 예술을 하신다. 먼저 맨 빵을 숟가락으로 약간 판 뒤, 치즈를 끼워 넣어 오븐에 치즈가 반 정도 흐를 만큼만 살짝 굽는다. 어떤 손님은 “치즈는 맨 끝!!!”이라고 대여섯 번을 외치면서, 모든 걸 다 채운 다음에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서 치즈를 고르신다. 돌아버린다. 야채 삽입은 더 가관이다. 오른쪽에 토마토 한 조각 반, 너무 매울 것 같지 않은 고추 세 개를 왼쪽에 고르게 배치하고 운운… 음식에 침 뱉는 일이 잠깐 정신 놓으면 가능하다.
하지만, 정말 참을 수 없는 손님은, 꾹 참고 최고의 토르크로 최대한의 마력을 내야 했던 점심시간 직후 혹은 하루를 마치고 뒷정리를 하는 9시 50분, 한숨을 돌릴 때 뒤늦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손님이다. 이런 분은 백퍼센트 우리 알바들의 집중적인 뒷담화와 구시렁을 뒤통수에 산탄처럼 맞는다. 가까스로 전쟁을 치르고 겨우 방패를 내려놓은 가엾은 알바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건 정말 욕먹어도 싸다. 식사는 제 시간에 해야지.
어차피 손님들이 몰리면 알바들은 손을 서둘게 된다. 그걸 굳이 60초라는 시간까지 내걸어가면서 불쌍한 알바들을 내몰건 뭔가. 어차피 주어진 알바 시간. 적당히 때워서 사장님 울화가 치밀게 해서도 안 되긴 하지만 초 단위로 알바들을 부리려는 건 정말 가혹한 일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려는 심사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필자가 알바를 좀 해봐서 아는데, 그건 정말 못할 짓이다.
예수님께서도 말씀하셨다. “너희가 이 가장 작은 알바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주지 않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주지 않은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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