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시댁 식구들과 휴가를 떠났다. 이럴 때는 잠시 딸을 뺏긴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혼사 전에 시댁에 인사 다녀와서 어찌나 자랑하는지 그때도 그랬다. 좋은 집안에 시집보내게 되어 다행이면서도 공연히 서글프고 서운하면서 얄밉기까지 했다. 그러다 유치한 내 모습에 스스로 창피해졌다. 문득 내 결혼 당시가 떠오르고, 돌아가신 친정어머니 생각이 나서 눈물이 핑 돌았다.
그런 것이다. 그 나이나 그 처지가 돼봐야 아는 것이 있다. 그런데 그 생각에 이르자 신기하게 마음이 넓어졌다. 그 후 비슷한 감정이 일어도 금세 사라지고, 오히려 딸이 시댁에 더 잘하도록 조언하게 됐다.
그런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딸을 뺏긴 것 같아 서운할 때보다 사위라는 든든한 아들이 생겨 기쁠 때가 더 많다. 그렇다. 사위가 내 집에 ‘넝쿨째 굴러 온 아들’인 것처럼, 내 딸도 사돈댁에 ‘넝쿨째 굴러간 딸’이 돼야 마땅하다. 요새 즐겨보는 드라마가 ‘넝쿨째 굴러 온 당신’(이하 ‘넝굴당’)이다. 자기 일을 똑 부러지게 하면서 시댁 식구들의 애로 사항도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며느리가 마음에 든다. 또한, 뒤늦게 찾은 아들이 집안일에 동참하면서 진정한 가족 구성원으로 재탄생하는 과정도 흥미롭다.
사실 같은 핏줄이라도 공통의 체험이 없다면 가족애가 형성되지 않는다. 하물며 다른 가정에서 자란 사람들이 한 가족이 되기 위해서는 ‘연대감’과 ‘신뢰심’을 착착 쌓아가야 한다. 그러려면 집안의 대소사에 참여하는 것은 기본이고, 어려운 일뿐 아니라 즐거운 일도 함께하는 공동 체험이 많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누가 나에게 ‘넝굴당’이길 바라기보다, 내가 먼저 ‘넝굴당’이 되어주는 일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딸이 이번 휴가에서 시댁 식구들과의 연대감을 흠뻑 느끼고 돌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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