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이 11일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됨으로써 헌정 사상 현직 대통령의 형이 구속되는 첫 사례가 됐다. 이 전 의원은 대통령의 형이자 정치적인 멘토로서, 집권 여당의 실세로서 막강한 권력을 누리며 “만사兄통” 즉 “(대통령의) 형을 통하면 안되는 일이 없다”는 신 사자성어까지 유행시킨 바 있다. 전두환 전 대통령부터 이명박 현 대통령까지 전현직 대통령의 친인척이 대통령의 임기 중이나 임기 후에 각종 스캔들에 연루되어 구속되는 일은 관례화되다시피 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 후 친인척 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어느 전임자 이상으로 많은 측근 및 친인척 비리로 수난을 겪고 있다.
외국에도 대통령 자신이나 측근 또는 가족들의 부패, 비리로 권좌에서 물러나거나 처벌을 받는 경우가 있었지만 우리나라만큼 대대로 대통령의 친인척들이 비리로 구속되는 경우는 유례가 없는 것 같다.
이렇게 고질병이 되어버린 권력형 비리와 대통령 친인척들의 부정부패를 어떻게 하면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우선은 대통령 자신과 그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마음가짐과 실천이 중요하다. 대통령의 측근이 되었다고 해서 어떤 이권이 있는가에 관심을 보일 것이 아니라 더욱 더 조심하고 뇌물 등의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은 또 주위에 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철저히 단속하여야 할 것이다. “나라를 다스리려면 먼저 가정을 잘 다스려야한다”는 말은 너무나 흔하게 쓰이지만 이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황희 정승과 리콴유 총리의 아버지
조선 세종때 18년이나 영의정을 지낸 황희 정승은 청백리의 대명사로 꼽힌다. 황희 정승은 자신이 청빈하게 사는 것은 물론 친인척들도 그렇게 살도록 철저히 관리했다고 한다. 아들인 황수신이 녹봉과 아내의 삯바느질로 번 돈으로 새집을 지어 집들이를 한다고 하자 아들이 분수에 맞지 않는 새집을 지었다고 생각한 황희 정승은 아들에게 “그 집을 부수지 않으면 발걸음을 하지 않겠다”며 격노했다고 한다. 이에 황수신은 아버지에게 용서를 빌고 그 집을 헐었다고 하는데 황수신도 후에 영의정이 되어 가문을 빛낸다.
싱가포르 근대화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는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도 청렴의 상징으로 칭송되지만 그에 못지 않은 아버지가 있었다. 그의 아버지는 아들이 총리로 재직하는 동안에도 천직으로 평생 종사해온 시계수리공을 계속했다. 주위에서 아들이 총리가 됐으니 이제 수리공은 그만두라고 권유했지만 리콴유의 아버지는 “아들이 총리인 것과 나와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그의 직업에 충실했다고 한다. 또 리콴유의 부모가 싱가포르의 국립극장에서 공연을 관람할 때 일등석이 아닌 일반석에서 일반 시민들과 함께 관람했다는 이야기도 지도층의 친인척으로서의 올바른 자세를 보여준다. 마침 이들 부부를 목격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 “내 아들이 총리인 것과 극장 1등석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며 오히려 반문했다고 한다. 어떠한 특권도 거부하는 그런 모습이 어떤 특권도 환영하는 요즘 우리 정치판과 너무나 대조되는 이야기이다.
대통령에 모든 권력이 집중되는 구조가 문제
우리나라의 권력형 비리 또는 친인척 비리 문제는 권력이 대통령에게 지나치게 집중됨으로써 모든 비리가 초래된다는 진단에서 해결의 단초를 찾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선언이나 정치공약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으며 정치권이 합심을 해서 헌법을 손질하는 특단의 조치를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최근 한 신문의 조사에 의하면 19대 국회의원의 86.7%가 개헌에 찬성했다고 한다. 여야 할 것 없이 개헌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그동안 학계와 정치권에서 많은 연구와 논의가 있었지만 개헌론의 핵심 배경은 지나친 권력 집중이 주변의 권력 남용과 부패를 키우는 온상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권력 집중과 대통령의 무책임을 해결하기 위해 개헌은 피할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여야 정치권은 개헌논의에서 정파적 당리당략을 버리고 민의를 충분히 수렴하여 국가와 국민을 진정으로 위하는 현실성 있고 생산성 있는 개헌논의에 진정성을 보여야 할 때이다.
김태식(토마스) 회장은 1978년 영자신문 코리아 헤럴드에 입사, 경제부·정치부 기자로 활동했으며, 1981년 연합통신(현 연합뉴스)에 입사해 해외경제부 차장, 영문경제뉴스부 부장 등을 역임, 현재 연합뉴스 국제국 기획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서울 가톨릭신문·출판인협회 회장에 이어, 올해 2월부터 서울가톨릭언론인협의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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