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동체 20주년을 맞는 오늘, 공소가 던져주는 의미는 크다. 본당보다 작은 교회 단위이자 본당사목구에 속하면서 신부가 상주하지 않는 장소를 이르기도 하지만, 소공동체를 이루며 신앙적으로 살아가려고 부단히 애쓰던 조상들의 모습이 공소에 아직 남아있기 때문이다.
대도시에 이주해온 현대인들로 인해 공소의 문은 하나 둘 닫혀가고, 때로는 건물이 허물어지기도 하지만 그곳만큼 한국 천주교회의 역사가 혁혁히 흐르는 곳도 없다. 교우촌은 이제 ‘교우촌으로 추정되는 터’만 남았고 그 가운데 그나마 남아있는 건물이 공소다.
때로는 기와를 이은 한옥으로, 시멘트를 바른 양옥으로 서있는 이 공소 건물의 필요성은 과거보다 많이 작아졌지만 건물이 지닌 가치는 시간이 갈수록 배로 커져간다. 각자의 집에서 공소예절과 신앙생활을 하고, 그러한 신자들이 마을에 많다보니 공소 건축이라는 결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수순이었다. 지금 단지 신자비율이 줄어들고 관리자가 없어 그 역사를 폐쇄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일이다.
그래서, 가톨릭신문이 여름기획으로 준비한 ‘공소의 재발견’은 여름을 맞아 공소를 한 번 찾아보라는 가벼운 기사만은 될 수 없었고, 제대로 된 대안을 제시할 수도 없었다. 다만 활성화된 몇몇 공소를 제외하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여름신앙학교, 박물관, 신앙체험의 장 등으로 재탄생할 공소의 가능성을 우리의 눈으로 확인해보자는 것이다.
취재차 들른 공소에서 한 어르신은 ‘조상의 얼이 담긴 공소가 없어진다면 그것은 천지개벽할 일’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그러나 점점 도시화가 되어가고 있는 지금, 공소가 문을 닫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어떻게 단언할 것인가.
공소가 공소화되지 않아도 좋다. 공소에서 흘러나오는 교리문답의 소리를 다시 듣지는 못할지라도 공소에 대한 재발견은 이뤄져야 한다. 공소의 문을 열고 들어선다. 끼이익, 철문 소리가 듣기에 버겁다. 빈번하게 문을 여닫지 않아서일테고,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아서일게다. 공소는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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