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을 시작하더라도 반대하는 이는 있게 마련이다. 처음 책을 낼 때도 대학에서 왜 대중적인 책을 내느냐, 석·박사들이 만들어야 권위가 서지 않겠느냐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물론 최고 전문가들이 쓴 권위 있는 책은 따로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을 쉽게 실행시키는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까지 대학이 제공한다면 좋지 않은가.
20여 년을 말씀봉사자로 일하며, 운이 좋아 여러 교구를 넘나들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우리 민족의 심성은 유달리 정감적인 데다, 교회는 그런 심성이 더 발달한 여성 신자가 많은 곳이다. 그런데 내가 배우고 읽은 신학 책들은 대부분 관념적이고 이성적인 서구인의 특성에 맞추어져 있다. 서양의 책을 그대로 옮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 신자들에게 그 내용을 곧이곧대로 전달하면 어려워하고 지루해하고 흥미를 잃는다. 그렇다면 아래로부터의 욕구와 궁금증을 반영한,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실용적인 책이 나온다면 어떨까?
성경연구회원은 일반대학을 졸업하고 다시 신학대학 부설 평생교육원에서 2년 이상 신학을 공부한 사람들로 구성됐다. 이들이 본당에서 열심히 일하며 느꼈던 점, 반모임에서 나누었던 경험들을 고스란히 책에 반영하고 있다. 어렵고 이론적인 신학 책을 쉽고 친숙한 언어로 풀이하려고 애쓴다. 말하자면 딱딱한 식재료를 부드러운 음식으로 조리하는 것이다. 물론 이 요리가 건강에 이로운지, 제대로 됐는지를 일일이 감독하는 ‘셰프’(chef)는 따로 있다. 바로 그 방면의 전문가인 교수 신부님이다.
세계가 주목할 만큼 성장한 한국 교회. 무섭게 변화가 빠른 한국인의 욕구를 따라잡기 위해서도, 우리에게 맞는 다양한 수준의 책들이 더 나와야 한다. 기존의 성과에 안일하게 머물러 획일화된 방법만 고집할 때가 아니라고 본다. 교회는 믿을만한 ‘애플리케이션’을 다양하게 탑재한 ‘앱스토어’(APP store)가 되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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