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교구 김포 대곶본당 주보에는 매주 ‘군인식사봉사’ 담당 구역을 알리는 공지가 실린다. 얼마 전부터 꼭 한 번 기사를 쓰려고 생각하다 22일 취재를 갔다. 군인 30~40명이 대곶성당에서 주일미사를 드린다고 알고 있었는데 당일 오전에 비가 많이 왔다.
성당으로 가면서 혹시 부대에서 외출을 금지시키지 않았을까 걱정이 됐다. 먼 길을 와서 취재를 못 하면 낭패니 말이다. 약간 긴장한 채로 성전 안에 들어가니 30명 이상의 군인들이 보여 안도했다. 군인식사봉사 취재를 가면서 기자가 군대에서 성당 다니던 장면을 회상했다.
전남 진도에서 육군으로 복무하는 동안 주일이 되면 일직사령의 허락을 받아 동료 병사 10명 정도가 ‘민간인 성당’인 진도성당에서 미사를 드렸다. 왕복 2시간을 걸어야 하는 거리였지만 그 시간이 참 행복했다. 참으로 고마운 기억이 미사를 드리고 나면 병사들은 성당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점심값을 성당에서 내줬던 일이다.
제대한 지 꼭 15년이 된 지금 그 당시 신부님이나 성당 모습은 잘 기억에 없지만 성당에서 점심을 대접해 주던 식당의 풍경과 같이 식사하던 병사들의 모습은 어렴풋이나마 머릿속에 그려진다.
기자는 자가용으로 전국을 일주하는 신혼여행을 준비하면서 우리나라 지도를 펼쳐놓고 꼭 가야 할 곳을 꼼꼼히 찾은 적이 있다. 그 중에 한 곳이 진도성당이었다. 내 일생에서 잊을 수 없는 한 장소에 다시 가게 되면 그 시절의 정서로 다시 돌아가기 마련이다.
대곶성당에서 미사를 드리던 병사들을 보니 강론을 필기하는 열성적인 신자가 있는가 하면 미사 내내 자고 있는 병사도 있었다. 하지만 미사 후 모든 병사들이 성당 식당에 모여 구역 신자들이 정성껏 준비한 스파게티를 ‘일사불란하게’ 먹는 모습이 흐뭇했다. 많은 말이 아니라 한 끼의 따뜻한 점심 식사가 군인들로 하여금 제대 후에도 대곶성당을 다시 찾게 하지 않을까.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