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한 일과 중요한 일은 혼동하기 쉽다. 이를테면 성인병 예방을 위해 살을 뺀다며 밥을 굶다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일이 그렇다. ‘살을 뺀다’는 긴급한 일이 ‘건강’이라는 중요한 일을 앞지른 경우다. 이런 혼동은 삶과 신앙의 관계에서도 흔히 보인다.
중요한 것은 늘 교회에 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안다. ‘빵’과 주님의 ‘생명의 빵’ 중에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 물으면 망설임 없이 “생명의 빵!”이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일상에 돌아가서 ‘생명의 빵’을 생각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당장 우리에게 긴급한 것은 ‘빵’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삶에서 ‘빵’을 선택하게 되는 이들을 청소년·청년층에서 유난히 더 많이 보게 되는 듯하다.
“우리 애를 학원에 보내야 해서….”, “시험 공부하느라….”, “취업 준비하느라….”, “직장 일에 바빠서….”
많은 청소년·청년이 ‘빵’ 때문에 교회를 떠난다. 그런데 여기서 생각해봐야 할 일이 있다. 교회가 과연 이들에게 ‘빵’만을 생각했다고 탓할 수 있을까. 예수님도 ‘생명의 빵’을 말씀하시기 전에 오천 명을 먹이시지 않았던가. 당장 ‘빵’이 급한 사람에게 ‘생명의 빵’을 말해봐야 소귀에 경 읽기다.
최근 청소년·청년의 ‘빵’을 해결해주려는 움직임이 교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수원교구 청계예수성심본당의 청년 기획력 강의가 그렇고, 의정부교구 화정동본당의 공부방이나 서울 쑥고개본당의 독서실 등이 그렇다. 실제로 이런 교회의 모습에 청소년·청년의 교회활동 참여도나 미사 참례율이 오르는 등 가시적인 성과도 보이고 있다.
교회가 준 ‘빵’에 청소년·청년이 모이는 사례는 교회에 청소년·청년이 가득해질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 하지만 섣불리 ‘빵’ 줄 생각만 하다간 낭패를 볼 수도 있다. 빵을 먹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배가 고프기 마련이다. ‘빵’을 주는 교회는 ‘빵’을 보고 모인 어린양들이 어떻게 ‘생명의 빵’을 받아먹게 할지를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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